강서시장 대금미지급, 문제는 불법영업이다

시장도매인 찬반 소모적 논쟁
“불법영업 근절에 집중 필요”

  • 입력 2020.04.0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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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대금미지급 사태가 상당한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생산적인 개선 방안이나 요구보다는 소모적인 비난이 난무한 분위기로, 새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가락시장에도 부담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강서시장 대금미지급 사건의 핵심은 불법전대와 물량탈루다. 불법으로 점포를 전대받은 상인이 송품장 등록 없이 임의거래를 진행했고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다. 전대와 물량탈루는 시장도매인뿐 아니라 도매시장 전체에 걸친 고질적인 골칫거리다.

하지만 최근 비난의 화살은 불법영업보다 시장도매인제 자체에 일제히 집중되고 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찬성 여론이 우세해지던 차에 불법영업으로 인한 강서시장의 대금정산 문제가 반대론자들의 반격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입을 모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호소하고 있다.

가락시장은 올해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도매권역 신축 건물을 지으면서 시장도매인 점포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번 대금미지급 사건을 계기로 반대세력의 비난이 한층 끓어오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은 올해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도매권역 신축 건물을 지으면서 시장도매인 점포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번 대금미지급 사건을 계기로 반대세력의 비난이 한층 끓어오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장도매인제의 본질은 도매시장 경매제의 경쟁수단으로 등장한 혁신적인 거래제도다. 경매의 주체인 도매법인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수탁독과점과 안정적 수익구조를 통해 과도한 부를 축적했고, 최근엔 농업과 관계없는 대기업들이 농업자본을 쓸어가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불안정한 경락가격과 깜깜이 가격결정, 복잡한 유통구조 등 농가소득이나 도매시장 자체 경쟁력 측면에 있어서도 경매제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시장도매인제는 개별 유통인이 출하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직접 거래를 중개하는 정가·수의매매 형태의 거래방식이다. 도매시장 이전 시대의 위탁상과 달리 공영도매시장 개설자가 영업을 관리하고, 대금정산조직 설치로 대금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전국 도매시장의 선도모델 격인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는 도매법인을 위시한 기득권의 반대와 농식품부의 외면으로 십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농안법 개정안 발의로 비로소 발판이 마련될 참이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조직적 반대로 또다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소모적인 찬반 갈등에 휘말려 개선점 자체에 집중하지 못해온 지금까지의 모습이 이번 대금미정산 사태에도 똑같이 투영되고 있다.

김완배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은 전대 때문에 발생한 일로, 불법영업이 없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시장도매인제 자체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대 주체에게 철저한 책임을 지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점포 사용권이 아닌 소유권을 부여한 뒤 전대 시 즉시퇴출 등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며 불법영업행위 문제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가락·강서시장 관리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이번 사건 대책안을 마련했다. 지난 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중도매인 영업실태를 집중조사하고 처벌기준 강화, 대금정산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출하자가 송품장 등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문자알림 및 직접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송품장 문제에 대한 출하자 교육과 유통인 의식개선 교육도 집중 시행할 예정이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해선 보다 큰 틀에서의 공론화도 필요하다. 최근 복잡한 도매시장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출하자·소비자들이 시장도매인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고 양지에서의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전국 도매시장 유통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5월까지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번 사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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