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업에 무관심했던 농대생

  • 입력 2020.04.05 18:00
  • 수정 2020.04.07 18:02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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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여섯 번. 농업경제를 전공한 스무 살 초반부터 지금까지 투표한 횟수로,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 선거까지 모두 빠짐없이 유권자로서 해야 할 일은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떤 목적이나 생각을 가지고 투표했다’라기보다 의무라서 한 것 같다.

오는 15일에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농업 전반에 대한 이슈·정책 그리고 매년 수급 실패로 밭을 엎는 농가 상황 등 ‘살아있는 농업’을 다루는 농업 전문지 기자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당 및 국회의원 후보자의 농업공약을 취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거대 정당들이 내세운 농업 공약이 부실하다는 것과 농민 출신 국회의원이 당선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막 농업 현장을 알아가는 내가 봐도 농업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지역 출마 후보자와 정당별 농업공약을 찾아보며 누구를 뽑을지 고민했다. 이어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투표를 했고, 농업공약을 면밀히 살핀 적이 있었는가’를 되짚어봤다. 창피하게도 그저 인물 혹은 당명만 보고 투표해왔다.

처음으로 선거에서 농업공약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과 그동안 농업을 공부한 이유가 좋은 학점과 취업 그 이상은 없었단걸 깨닫자, 내가 농대생이었다는게 부끄러웠다. 대통령 후보의 농업정책은 무엇인지, 국회·지방의원 후보로 농업계 인사가 나오는지, 어떤 농업공약을 내세웠는지. 단 한 번의 고민이 없었다.

대학생 때 속으로 농업에 미래가 있을까 의심했고 농업 분야 일자리는 왜 다양하지 못하고 적을까 책망하기도 했다. 어쩌면 전공책만 보고 농업이 지금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무관심했던 내가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비단 나만의 문제일까. 학교를 다닐 때 농업공약에 대해 언급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정계에선 젊은 표심을 꽤나 신경 쓴다고 들었는데, 이토록 농업이 찬 밥 신세인 이유에는 나를 포함한 젊은 농대생의 농업 외면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각성해야 한다. 농대생으로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농업공약을 평가 및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업공약에 관심을 갖는 20대가 늘어나면 정계가 펼치는 농업 정책도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둔 지금 국회의원 300명 중 단 1명이라도 농민출신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농업계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 국회에서 정부의 농민홀대를 꼬집고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제대로 된 의원이 하나라도 있어야 농업이 존립하고 일자리‧환경‧대우 등이 보다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이들이 농업 분야를 외면한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농대생 만큼은 농업의 앞날을 고민하며 주어진 투표권을 의미있게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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