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축산회관 이전의 꿈

100억원 못 준다는 사료업체 … 축단협 “협약 불이행 책임져라”

  • 입력 2020.04.05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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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5년간 끌어온 축산회관 이전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김홍길, 축단협)는 지난달 24일 ‘축산회관 이전 대표자 회의’에서 축산회관 세종시 이전을 중단하기로 결론 내렸다.

축산회관 이전 추진 배경=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의해 (주)카길애그리퓨리나 등 11개 국내 배합사료업체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16사례에 걸쳐 가격 인상폭‧적용시기를 담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료값 폭등으로 축산농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던 2008년에도 이뤄진 일이라 농민단체들로부터 ‘농민의 목숨을 앗아간 반인륜적 행위’라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5년 7월 사료업체에게 총 773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국한우협회를 제외한 축단협은 ‘사료업체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오히려 축산농가에게 사료값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축산농가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사료값 인하를 유도하는 대책으로 제시해 달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즉, 사료회사들에게 면죄부를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한국사료협회는 2016년부터 매년 25억원씩 4회에 걸쳐 축산업 상생발전기금 100억원을 기부키로 축단협과 양해 각서를 체결했고, 축단협은 약 43억원(토지대금) 규모의 축산회관 세종시 이전 계획을 추진했다.

안갯속 전망에 이전 중단 결정= 약속대로 11개 중 6개의 사료업체가 2016년에 25억원(농협사료 기부금 포함시 28억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2017년 공정위의 처분 관련 소송에서 사료업체들이 승소하자, 사료업체들은 나머지 기부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승소에 축단협의 성명이 지대한 역할을 했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사료업체들은 승소했기에 기부할 명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종시로 축산회관 이전을 추진하던 축단협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축단협은 사료업체들의 기부금 미납입으로 세종시에 잔여 토지대금을 납부할 수 없고, 건축비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또한 부지매입 계약을 취소하면 4억3,000만원(계약보증금)의 손실이, 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오는 10일부터 하루에 25만4,000원의 지연 손해금이 발생한다.

계약 해지 후 처리도 ‘산 넘어 산’= 축단협은 더 이상의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대표자 회의에서 축산회관 건립 문제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계약해지에 따라 앞으로 최종 반환금인 23억6,000만원의 향방과 4억여원으로 예상되는 손실금 처리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단협 관계자는 사료업체에게 화가 나 그들이 내놓은 기부금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부금을 되돌려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고 6개의 사료업체가 기부해 받은 감세혜택 재처리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축산운동본부 관계자는 “세종시 및 축단협과 계약보증금, 회계절차, 반환문제 등 여러 문제사항에 대해 논의 중에 있으므로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전국한우협회장이자 현 축단협 회장인 김홍길 회장은 “그 당시에 받아선 안될 돈을 받았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여러 가지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해결을 위해 원칙을 따르며 정확하게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신뢰를 저버린 사료업체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축산단체와 축산농가는 불가항적으로 축산회관 이전을 포기하게 만든 약속 불이행 사료업체를 좌시하지 않겠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응징과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의지를 천명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세종시가 지난 2016년 2월 1일 축산회관 이전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병규 전 축단협 회장(왼쪽)과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특별자치시 제공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세종시가 지난 2016년 2월 1일 축산회관 이전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병규 전 축단협 회장(왼쪽)과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특별자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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