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코로나19 확산과 스페인독감의 기억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1918년, 단순 독감인줄 알았던 어떤 질환이 불과 며칠 사이에 멀쩡하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푸르딩딩한 시체로 만들면서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더니, 불과 1년 사이에 사망자만 최소 2,0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까지 이르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른바 ‘스페인독감’이란 전염병이었습니다. 이 스페인독감으로 한반도에서도 14만여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전염병이 다시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COVID19’라 명명된 코로나19 질환입니다.

처음에 이 질환이 중국에서 번질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으로 확산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3일 현재, 중국의 사망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유럽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무섭기만 합니다.

과연 1918년의 공포는 재현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다른 주목해야 할 차이점이 하나가 눈에 띕니다. 그것은 바로 주 사망자의 연령대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엔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 중심으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당시 스페인독감 희생자들의 주요 연령대는 의외로 20~30대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연령대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볼 수 있는 20~30대에서 대다수의 사망자를 보였다는 것은 이 질병으로 인한 주요 사망원인이 바로 사이토카인 후폭풍이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면역반응이 강렬해 감염질환에 따라 면역세포에서 의외의 강력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데,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다량의 면역세포를 불러들이고 이로 인해 다시 훨씬 더 많은 사이토카인이 폭풍처럼 몰아닥치며 해당부위 내 정상조직의 기능까지 마비시켜 급기야 호흡곤란을 야기시켰다고 보여집니다. 당시 스페인독감 사망자의 사체를 보면 대부분 사체의 피부가 파랗게 변해있고 폐에 물이 차 있었다는 것이 바로 감염부위에 발생한 사이토카인 후폭풍으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감염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요, 아직까지 사이토카인 후폭풍 같은 증상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와의 싸움은 100년 전 스페인독감에 비해 훨씬 대처하기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면역력만 제대로 유지한다면 감염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고 감염된다 해도 사이토카인 후폭풍 같은 급격한 면역반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치료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면역력만 잃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며 이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바이러스를 퇴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면역력을 잘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우리 몸을 피로하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육체적 과로는 물론이고 과도한 스트레스 등 정신적으로도 피로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둘째, 적절한 운동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운동은 몸을 약간은 긴장시키면서도 마음은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체온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상대적으로 약화됩니다. 몸이 추울 때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그만큼 감염의 위험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넷째, 과식을 피하고 소식으로 소화기관 전체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과식은 우리 몸에 과산화물질을 발생시켜서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식은 우리 몸의 생리에너지를 우리 몸을 지키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만에 하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할지라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만일 감염으로 식욕이 떨어져 있다면 절대 억지로 먹으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 매사 무리하지 않으면서 이 난국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나가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