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의 곡창지대, 숙천 ‘열두삼천리벌’에선…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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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숙천군 열두삼천농장이 봄철 영농작업으로 들끓고 있다. 농장에서는 지난해 최고수확년도 수준을 돌파하고 국가알곡생산 계획을 넘쳐 수행하였다. 전국적으로 제일 덩치 큰 농장, 더욱이 지난 몇 해 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단위에서 이룩된 이 비약적인 성과를 놓고 우리가 찾게 되는 경험은 무엇인가?”

최근 북의 매체 노동신문에 보도된 기사다. 이 신문은 이곳에서 ‘다수확의 지름길’이 어떻게 열렸는지 심층 취재, 보도했다.

숙천군은 평안남도 이남의 서해안 최대 곡창지대로 ‘재령벌’과 ‘연백벌’ 등과 함께 쌀농사의 중심지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는 작업반이 30여개나 되며 그중 농산작업반만 25개에 달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한 ‘조선향토대백과’에서는 이곳 숙천군을 ‘열두삼천리벌’에 맞닿아 있고, 이전부터 생산성이 높았던 지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곳 역시 지난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전체 농경지의 40% 상당이 영농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천-태청호 물길공사가 대대적으로 진척돼 그동안 부족했던 농업용수 문제가 지금은 상당부분 해소된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은 전국단위의 농업기술 강습회가 열리기도 했던 곳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16.5km에 이르는 관개수로를 연장하고 2개의 배수관문을 설치하는 등 농업용수를 확충하고,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농사대책 방안을 새롭게 수립한 것이 성공농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장원들이 거름원천을 새롭게 찾고, 과학농사의 기풍을 다진 것이 다수확의 원천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필요한 거름을 얻기 위해 탄광지구 인근의 갈탄버럭과 제염소 인근의 해염토를 대량 확보했다고 한다. 또 거름원천이 부족한 평야지에서는 살림집의 퇴수로에 쌓인 퇴적물을 대량 확보한 것이 큰 성과였다고 소개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하수오니로 알려진 퇴적물 중 읍면 단위에서 발생한 것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도시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서 매립 또는 소각토록 하고 있어 재활용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과학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영농기술 전습(강습)회에 일반 농민들까지 참여토록 했다는 점이다. 작업반장과 기술원들만 참가했던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포전담당책임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별농가의 기술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영농공정별 기술규정에 관한 다양한 영상물도 제공,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교육을 통해 우량종자 도입과 적정 시비처방, 종자처리, 육묘기술 등 실증기술을 보급하는 셈이다. 이전과는 달리 농장단위에서 작업반과 분조단위로 기술보급방식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장의 농업과학기술보급실에서는 ‘먼거리영농기술문답봉사체계’를 통해 영농시기별 기술적 문제를 제때에 해결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숙천군에 관한 보도내용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올해 북녘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수확농사에 관한 여러 방안이 이곳에서 집대성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퇴비 확충과 농업용수 확보, 농업기술교육 강화 등 일련의 움직임이 이곳 숙천의 열두삼천리벌에서 체계적으로 시도되는 양상이다.

이전의 북의 농업방침이 구호성 또는 전시성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북한 농업방침은 확실히 현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초의 방침대로 관련예산이 뒷받침된다면 북의 농업은 한 단계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겠다. 농업부문을 통해 제재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농업부문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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