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코로나19 사태 반면교사 삼아 기후 및 식량위기 대비하자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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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고 모든 물류가 중단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인적, 물적 교류가 줄어드니 무수히 많은 공장들이 멈춰서고 있다. 기후위기와 이윤추구만을 앞세운 경제성장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반복될 거라 우려하고 있다.

지구상에 식량위기가 닥쳤을 상황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현상과 비교해봤다. 국경폐쇄, 교역중단 등 상황이 현실화되면 곡물자급률이 23%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농지의 급격한 감소와 식량자급률 하락을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 값싼 수입농산물을 영원히 손쉽게 공급받을 거라고 착각하지 말자.

한 번 전용된 농지를 다시 농지 기능으로 복구시키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2~3년만 묵혀도 크나큰 나무들이 자라서 농지로 쓸 수 없다. 마스크 대란을 지켜보며 마스크는 원자재만 공급하면 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데, 식량 대란이 일어나면 농산물은 바로 찍어낼 수도 없고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기후위기가 점점 심해져 전 세계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식량수입국인 우리나라는 더 늦기 전에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농지개혁으로 적정한 농지를 보유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농지가 투기화되고, 비농민 소유 농지가 점점 늘어나 무분별하게 전용되도록 방치한다면 더 이상 손쓸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논 면적의 32만ha가 20년 만에 사라졌다고 한다. 전체 경지면적의 1/5이 넘는 면적이다. 농지개혁으로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대비책을 하루 빨리 세우기 바란다.

코로나19, 메르스 등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 다국적기업과 곡물투기자본으로 인해 다양한 생태적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GMO 농산물이 무분별하게 재배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먹거리 불안이 증가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식량의 안정적 생산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재배 및 식량권이라는 권리 개념을 포괄한 식량주권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시한 농민헌법 제정은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4.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거대 정당들은 농민후보를 당선권 내에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고, 농정공약 또한 기존의 정책을 되풀이할 뿐 농업홀대와 농민무시정책이 도를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농업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1차 추경예산에 농민에 대한 지원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은 것만 봐도 정부가 농업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가 있다. 농업문제는 곧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과 연계돼 있다. 식량주권이나 농지개혁, 농민수당 등의 문제가 이번 총선에서 공론화돼 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 농민들도 이제는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농민이 아닌 누군가가 우리를 대변해줄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농민의 심정은 농민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깊은 뜻은 다양한 계급과 정치세력이 들어가 균형 있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거나, 청정한 곳을 찾아 도시에서 농촌을 찾아온 이들로 농촌마을이 북적거리고 있다. 농촌이 나름의 안식처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져야 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번 총선에 반드시 농민국회의원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성평등한 농촌, 여성농민의 법적지위 보장, 식량주권, 농지개혁, 농민수당 등 수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농민을 대변할 ‘농민대변인’이 국회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조차 WTO개도국 지위 포기와 변동직불제 폐지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격지지 정책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를 지켜보며 농민중심의 농정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갑오년 전봉준처럼 스스로 자기주권을 찾으려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급식 납품농가는 애써지은 농산물을 내다 버릴 수밖에 없고,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자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인력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한다. 바꾸지 않으면 농촌 소멸은 막을 수 없다. 늘어나는 것은 골병과 빚뿐인 농촌에 젊은 인력이 끊임없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번 선거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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