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의무자조금들의 수급안정 예산을 늘리도록 하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자조금 운용의 자율성까지 해치며 수급안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축산자조금 사업승인 과정에서 각 자조금마다 수급안정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늘리도록 요구했다. 특히 한우·한돈자조금은 정부지원금의 50% 이상을 수급안정에 활용하고 농가 거출금도 정부지원금과 같은 금액을 수급안정에 배정하라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사업승인과정에서 한우·한돈자조금과 협의 하에 진행한 것이다”라면서 “축산업 체질개선을 위해 수급안정 및 R&D 사업을 확대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자조금사업을 검토해서 향후 자조금 개편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소비홍보에 편중된 사업을 체질개선 사업으로 확대하려 한다”라며 “정부도 최대한 수급안정에 노력하고 자조금과 협의해서 추진할 것이다. 생산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각 축산자조금 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대의원회에서 확정한 2020년 예산안을 다시 조정해야만 했다. 한우자조금은 당초 수급안정사업에 약 51억6,000만원의 예산을 수립했지만 농식품부 승인을 거치며 약 1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한돈자조금 역시 수급안정사업으로 지난해 54억여원을 책정했다가 115억여원까지 확대했다. 그 외 축산자조금들도 수급안정 예산을 더 늘려서 승인을 받았거나 예산안을 다시 조정하는 상황이다.
이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자조금의 본래 목적은 홍보를 통한 소비확대에 있다”거나 “자조금사업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4조를 보면 자조금의 용도에 관해 소비촉진 홍보뿐 아니라 자율적 수급 안정도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동법 제13조는 의무자조금 사업의 계획 및 결산을 대의원회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축산자조금이 직면한 현실에 맞지 않는 짐을 지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급안정이란 수요와 공급을 안정되게 만드는 것이다. 축종별로 연중 시기에 따라 이 둘을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량 조절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효과가 있다. 축산자조금 제도를 보완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부터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