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성의 시간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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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던 지난 3월 초쯤 신문방송업계도 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점은 유력 언론들의 경우 사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방송이나 발행이 중단되는 상황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반면, 이쪽에서는 지면을 채우기 어려워 축소 발행하는 것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농업전문지들 기사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출입처들의 각종 행사나 일정이 끊겨 기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의구심이 피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맞은 이 정보들, 세상에 내놓지 못한다 해서 과연 아쉬워할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이제 웬만한 정보에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 같았으면 돈을 내야만 접하고 배울 수 있었던 정보와 지식들이 SNS를 통해 넘쳐날 정도로 인터넷에 풀리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구독료를 대신 내 주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들이 대신 지급하는 ‘구독료’의 원천은 결국 더 많은 노출도를 원하는 광고주들이다. 그래서 단순히 조회수뿐만 아니라 정보를 붙잡고 있는 시간, 즉 열독률을 인증하지 못하면 이들은 대신 구독료를 내주지 않는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에 나타난 이 효과적인 거름망 탓에, 생산자는 이제 소비자가 가치 있다 여기는 정보를 생산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정 구독자의 지갑을 직접 열고 싶다면, 요즘 미국에서 떠오르는 이메일 기반의 구독 모델처럼 ‘누구도 제공할 수 없는’ 양질의 정보나 비평을 생산해야만 한다.

기반이 철옹성과 같은 공중파 방송사나 대형 신문들도 이 물결에 뛰어들길 주저 않는 마당에 바로 여기, 농업전문지 판은, 신기하게도 이런 세상에서조차 여전히 2000년을 넘어 7080 시대의 수익 구조를 지키고 있는 자들의 각축장이다. 공통점이라면 구독료를 대신 내 주는 ‘플랫폼’이 있고, 그래서 농민들이 돈을 내며 신문을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 정도겠다. 그러나 이 구조가 진정 가치 있는 정보와 반드시 전달해야 할 목소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지 묻는다면, 업계의 누가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를 비롯해 몇몇 종사자들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농업과 농민을 지키고자 헌신적으로 외쳤다고 자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농업전문지들의 생명을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시켜야 할 이유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공감할 수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대파를 갈아엎는 현장을 찍어낸 기성언론의 기사에서 ‘무작정 심어놓고 정부 탓 한다’는 의견이 많은 찬성을 얻는 이유가 사람들이 농촌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면, 그래서 농정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안락한 수익구조에 머물며 농업전문지를 농민만이 붙들고 있는 존재로 만든 우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농정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농민뿐만이 아닌, 전 국민의 목소리다. 더 많은 국민들에게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을 전달해야 할 의무를 인지하고 있는 이상, 이대로는 우리 농업과 함께 공멸할 이 자리를 박차야 한다. 비록 버겁지만 의미 있는 날갯짓을 더 늦기 전에 고민하고 시작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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