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500ha’ 폐기에 ‘1,500ha’ 신청 몰려

농민·농협·지자체, 정부 추가대책 필요 호소
“작황 예측 어려워” … 농식품부는 난색 표명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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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의 마늘 500ha 선제적 포전정리 방침에도 마늘 산지의 애타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를 향한 추가 대책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향후 수급상황을 예단할 수 없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마늘 예상재배면적은 2만5,090ha로 평년보다 487ha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2일 면적증가분보다 조금 더 많은 500여ha를 사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받던 예년보다 한 달 반이나 빠른 대처였다.

문제는 물량이었다. 애당초 마늘 위기의 이유는 겨우 487ha 늘어난 재배면적보다 생산증가와 수요감소, 작년산 재고증가에 있었다. 실제로 정부의 대책 발표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햇마늘 포전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작년산 깐마늘 도매가격은 평년대비 반토막인 kg당 3,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폐기신청 상황을 보면 더욱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배분된 포전정리 할당면적은 총 511.6ha인데 신청면적이 그 3배인 1,500ha를 훌쩍 넘겨버렸다. 전남과 경남의 경우엔 각각의 할당면적 대비 5배의 신청이 몰렸다. 전례없는 작황호조와 이로 인한 산지의 불안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산지가 농식품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경상남도(지사 김경수)는 지난 17일 농식품부에 공문을 발송, 폐기신청 폭주 상황을 알리며 “산지가격 안정을 위해선 공격적인 면적조절 추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경남 고령, 경북 의성 등에서도 행정과 의회가 농민 면담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는 지난 25일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단수증가와 소비위축을 감안해 면적조절 초과신청분 1,000ha를 추가 폐기할 것 △남도종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인 4월 중순 이전까지 수확량과 마늘가격 동향을 분석해 정부 수매비축 계획을 우선 발표할 것(품종별 수매가격, 수매량, 수매시기 결정) △작년산 농협 재고물량 6,000여톤 중 3,000톤을 정부수매 후 격리할 것 등이다.

지역농협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조합장 대표들은 마늘협회의 이번 대정부 요구안에 100% 공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류성식 마늘주산지농협조합장협의회장(새남해농협 조합장)은 “깐마늘 가격이 10년만의 최저가이고 햇마늘도 풍작이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도 못한 소비부진도 생겼다. 햇마늘 가격을 지지하려면 추가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이창철 한국마늘산업연합회장(대정농협 조합장)도 “농협 마늘 재고량이 평년대비 3배나 늘어 있는데 전혀 못 나가고 있다. 500ha 면적조절을 확대하고 4월 중순 이전엔 꼭 정부 수매계획을 조기발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부담을 내비치고 있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추가 면적조절에 대해 “아직 생산량 예측을 할 수 없는 시기라 신청량이 많다고 해서 추가대책을 내기는 힘들다. 신청이 몰린 건 작기 대비 폐기보상 단가가 높은(약 2,100원/kg)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매계획 조기 발표에 대해서도 “행정을 선언적으로 할 순 없다. 대책 발표엔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4월 중순은 수급상황을 판단하기에 좀 이르다. 빠르면 4월말~5월에 대책 발표가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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