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지미는 다행히도 안녕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창간 20주년 기획] - 충북 진천 관지미의 1년 #17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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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신옥순 할머니가 논둑에 난 풀을 매고 있습니다.
신옥순 할머니가 논둑에 난 풀을 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지미를 내려간 것이 2월 24일이었습니다. 이미 그 때 농촌은 한창 바빠지는 시기가 시작되고 있었죠. 이장님 댁 남편 되시는 김기형 씨를 쫓아 농협 경제사업장을 배운 뒤로 다시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과 우리나라를 넘어, 지금은 지구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취재도 잠깐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 취재 이후 2주가 지나, 지난 7일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봄맞이 마을 청소를 하신다고 해 준비하던 참에 유주영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회사는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 설득을 할 수도 없었지만, 그 점은 빼놓고 보더라도 당연히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절정에 다해 있었고 1%에 이르는 이 전염병의 치명율을 구성하는 연령층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었으니, 노년층인 어르신들 입장에선 그 공포의 정도가 확실히 달랐겠죠.

결국 한 달이 지나서야 이월면과 관지미를 잠깐이나마 들를 수 있었습니다. 원체 휑했던 면내는 더욱 사람이 없었고, 이월면을 드나들던 그 많은 대형 트럭들도 수가 뜸해진 느낌입니다. 마을에서도 이장님 부부와 노인회장님만 겨우 뵙고 왔지요. 평소 같았으면 점심모임에 저도 어울리며 이야깃거리를 찾았을 텐데, 괴산에서 발생했던 원인도 파악 안 된 마을 집단 감염 사건 때문에 행정에서 강력한 지침이 내려와 어르신들은 그동안 마을회관에서 점심도 같이 못 먹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어르신들은 전부 잘 지내고 계신다 합니다. ‘혹시나’ 하는 우려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그 연세에도 여전히 논둑을 돌며 풀을 매는 신옥순 할머니도 멀리서나마 뵙고 인사드렸지요. 이제 4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농사짓는 모든 집이 바빠질 것입니다. 이장님 댁은 2년간 돌보지 못했던 하우스 8동에 비닐을 새로 씌워 수박 농사의 양을 늘릴 참이고, 논농사를 붙잡고 있는 할아버지들은 이리저리 트랙터를 끌어 논갈이를 마무리 짓고 곧 못자리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온 국민이 합심해 코로나를 이기고, 저도 얼른 농사 현장으로 돌아가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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