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TRQ 물량 그대로 둘 것인가

  • 입력 2020.03.2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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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율이 513%로 확정되고 처음으로 TRQ 쌀이 들어오게 됐다. 이번에 들어오는 쌀은 가공용으로 미국산 2만2,000여 톤이 낙찰됐다. 중국산 가공용 쌀도 5만5,000여 톤 입찰했으나 가격이 비싸 유찰됐다. 이는 쌀 관세화 협상이 종료되면서 우려했던 사항이다. 정부는 관세율 513%를 지키는 대신 국별 쿼터를 이전보다 2배 확대해 허용했다.

쌀의 국별 쿼터는 2005년 쌀 재협상 과정에서 관세화유예의 대가로 생겼다. 이는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모두 폐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세화 협상 과정에서 513% 관세율을 보장받는 대신 국별 쿼터를 더욱 늘려줬다. TRQ 물량의 95%를 관세화 협상에서 이의를 제기한 5개국에 배정한 것이다. 우리는 5개국에 배정된 쿼터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쌀 수출국 입장에선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3회 유찰되면 글로벌쿼터로 전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 결국 양자의 협의로 배정된 쿼터를 처리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과 이미 수차례 겪었다. 중국과 협의해 높은 가격에 중국산 쌀을 수입하는 것으로 마무리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쌀 관세화 협상을 종결하면서 513%라는 고율관세를 지켰다며 성공한 협상임을 자화자찬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무원들은 포상까지 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불리한 조건을 더 확대한 결과를 낳았다. 독소조항이라고 할 국별 쿼터를 인정해 줌으로 사실상 수출국의 담합을 가능하게 해줬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40만8,700톤의 TRQ 물량이 고정됐다는 사실이다. 2005년 쌀 개방이 되면서 MMA 물량으로 22만5,000톤을 허용했다. 이는 기준연도인 1988년~1990년도 쌀 소비량의 4.4%이다. 이것이 2015년 쌀 재협상 과정에서 7.96%로 늘어났다. 쌀 소비량이 감소된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국내 쌀 소비량의 10%를 초과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정부는 수입쌀 대부분이 가공용이라 쌀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쌀 소비 감소로 인해 쌀의 재고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공용 시장을 고스란히 수입쌀에 내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쌀시장에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TRQ 물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TRQ 물량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TRQ 물량에 대해 대외원조 또는 대북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수출국들과 협의해야 한다. 지금 마늘 산지폐기를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대파 산지폐기가 있었다. 이렇듯 수입농산물로 인해 우리 농민들은 피땀으로 지은 농산물을 출하도 하지 못하고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쌀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쌀농사는 우리 농업의 근간이다. 주식의 의미 뿐 아니라 특정농산물의 공급과잉은 논의 타작목 전환이 원인인 경우가 허다하다. TRQ 쌀은 국내 농산물 공급과잉을 더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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