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폐수 범벅위기 고삼저수지

용인시·SK하이닉스, ‘안성 한천 통해 산단 처리수 방류’ 계획
지역 친환경농가들 “오·폐수로 친환경농업 기반 파괴 위기”

  • 입력 2020.03.2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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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경기도 안성시 고삼저수지(왼쪽에 보이는 저수지)와 저수지 주변 농지에서 연근농사를 짓는 농민들. 용인시와 SK하이닉스의 산업단지 오·폐수 방류계획이 현실화되면 이들의 친환경농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방문한 경기도 안성시 고삼저수지(왼쪽에 보이는 저수지)와 저수지 주변 농지에서 연근농사를 짓는 농민들. 용인시와 SK하이닉스의 산업단지 오·폐수 방류계획이 현실화되면 이들의 친환경농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친환경농민들의 터전인 고삼저수지 일대 농지가 용인시와 SK하이닉스의 오·폐수 방류계획으로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안성 시민사회는 오·폐수 방류계획 취소를 촉구 중이다.

현재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SK하이닉스의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용인시와 SK하이닉스가 산업단지의 하수처리 시 발생할 오·폐수를 안성 고삼저수지 쪽으로 방류하려 한다는 점이다. 용인시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산업단지에서 매일 발생하게 될 오·폐수 약 61만㎥ 중 하수처리 과정을 거친 처리수 약 37만㎥를 안성으로 이어지는 한천을 통해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면서도 방류로 피해를 입을 고삼면 농민들과의 소통 과정은 없었다. 올해 1월 21일에야 (주)용인일반산업단지 주최로 고삼면사무소에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 측은 “오·폐수 방류 방향을 고삼저수지 하단 출구에 위치한 한천 쪽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고삼저수지와 한천, 안성천은 연결돼 있기에 마찬가지로 농업용수 오염은 피할 수 없다.

고삼저수지와 한천 일대는 경기 남부의 대표적인 친환경농업 지대들로, 이곳에서만 매년 경기도 학교급식에 약 60억원어치의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다.

친환경농업을 위한 농업용수 수질 기준은 총 유기탄소량(TOC) 6mg/L 이하여야 한다. 1월 21일 SK하이닉스 측이 설명한 방류수질 설계기준에 따르면, 고삼저수지 입·출구의 TOC는 2025~2028년 각각 6.4mg/L, 5.5mg/L이, 2033년엔 각각 10.4mg/L, 5.6mg/L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안성 시민사회는 “(SK하이닉스 측이 발표한)단순혼합농도 공식은 하천의 하루 배출 수량이 500㎥ 수준일 때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할 땐 유하거리별 오염예측방식을 함께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계산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준을 따른다 해도 저수지 입구의 오염 심화로 농민들은 저수지 물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전과’가 있다. 2015년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공장 폐수가 이천 전뜰천으로 방류됐다. 이로 인해 전뜰천 일대 논이 황폐화돼 논농사를 포기한 농민들이 속출했다. 벼들이 폐수로 인해 뿌리부터 까맣게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고삼 용인반도체산업단지 오·폐수 방류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김재홍 고삼친환경학교급식출하회 사무국장은 “친환경농가들은 산업단지에서 방류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농업용수 오염으로 친환경인증을 취소당할 가능성이 100%다”라며 “오·폐수 방류는 지역 친환경농업 기반을 파괴할 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도 오염시킬 것이다. 당장 방류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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