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그림자 취급받는 농민, 언제까지 그럴 건가?

  • 입력 2020.03.22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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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8,000여명에 이르고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드러나지 않는 수 역시 증가해 정부는 심각 단계의 대처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이다.

또한 오는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와 불신이 극대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사회적 위축감과 불안으로 국민들의 일상이 사라져 버렸다.

일상이 사라진 한국의 모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개학이 연기됐고 이에 따라 학교 내 비정규직들은 연기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일상이 무너지고 공포가 엄습한 상황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의 긴 줄을 서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11조7,000억원이라는 긴급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는 농업과 농민에 대한 어떠한 지원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다. 농민은 국민이 아닌가? 실체가 없는 그림자인가? 농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통이 터진다. 그림자 같은 존재 ‘농민.’

학교급식 납품 친환경농산물 재배 농민, 화훼농가, 소비위축으로 덩달아 하락하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 노인회관 같은 공동시설이 폐쇄돼 곤란을 겪는 농민 등 코로나19로 인한 농민의 피해 규모는 다른 국민들이 겪는 피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경보다 빠른 신속집행을 위해 농안기금 자체변경을 통해 483억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화훼소비, 외식업 긴급 지원, 수출 지원 대책 등에 사용하겠다는 단편적 계획만 내오고 농업 전반에 걸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재원을 추경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이번 추경안을 보면서 농민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농민을 공무원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등 인구 5%의 표가 탐나서 온갖 감언이설로 농민들에게 속삭여 놓고는 정권만 잡으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신경쓰지 않는 현실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개방농정에 따른 경쟁중심의 농정이 농업을 피폐화시키고 있을 때 선진국들은 도리어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더욱 공고히 하고 소득보전 방안을 강화시켜왔다. 또한 UN에서는 식량주권이란 용어를 공식화하고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해 농업과 농민에 대한 기본 권리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을 그림자 취급하고 있을 때 이미 선진국들은 국가에서 농업의 필요성을 국민들과 합의하고 그에 맞는 대책과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추경안에 나타난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변명해도 가장 힘없는 부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맞고 정권의 관심에서도 이미 멀어져 버린 것이 농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민인 우리는,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그림자 취급받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4월 15일 농민들의 투표권 행사부터 시작된다.

철저하게 농민을 위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농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일조하는 행위, 그것도 농민단체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그런 농민을 국회로 보내는 것부터 실천해야 농민이 그림자 취급 받는 현실을 바꿔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농업의 환경과 상황에서는 식량주권이 실현되고 농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안해 입법할 수 있는 그런 한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을 국회로 보내는 투표 행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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