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의 씁쓸한 이면

  • 입력 2020.03.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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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추진 중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캠페인으로 외출을 최소화하는 까닭에 소비가 상당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학교급식으로 계약 재배된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판로 자체가 사라져 폐기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진즉 판매를 완료한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도지사가 직접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감자파는 도지사’로 분해 감자를 얼굴에 맞대고 찍은 사진과 함께 ‘감자합니다’ 등 재치 있는 어투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미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온라인 판매 사이트가 마비되고 하루 판매 물량인 80톤이 30초만에 전량 소비되는 등 강원도 감자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위해 직접 농산물 판매에 나선 도지사의 열정과 노력은 진심으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나 한편으론 지금의 상황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방농정 아래 불완전한 농산물 수급 정책과 그로 인한 재고 폭등과 가격 폭락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그간 농민들이 겪어온 쓰디 쓴 상실감과 피해를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도 감자 생산량은 재배면적 증가 및 기상 호조로 평년 대비 21% 증가한 13만8,000톤을 기록했다. 가격 역시 좀체 오르질 못했고 소비 위축으로 재고량은 최악을 치달은 반면 수입 물량은 줄지 않았다. 물론 도지사의 홍보 마케팅이 농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진즉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장 강원도 재고 감자가 무서운 기세로 팔려나가는 가운데 올해 가장 먼저 출하되는 제주산 마늘은 오늘(18일) 선제적 산지폐기를 단행했다. 정부는 매년 농산물 산지폐기를 반복하며 재배면적 조절과 가격지지 실패를 빠짐없이 경험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절실히 요구하는 까닭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땜질 대책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농산물 수급·가격보장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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