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로 직격탄, 경기도 친환경농업계
개학 연기로 직격탄, 경기도 친환경농업계
  • 한우준 기자
  • 승인 2020.03.2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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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친농연·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 급식 농산물 출하 진땀
“소비의무 없는 계약재배는 불공정 … 안정화기금 조성 필요”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내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학교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판매용으로 일일이 포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내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학교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판매용으로 일일이 포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평소 같으면 3월 되면 여기(물류센터)가 농산물 박스로 꽉 차는데, 보세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삼리에는 전국 최초의 친환경농산물 전용 물류시설인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가 있다. 학사일정 중에는 학교급식 물량만 하루 70~80톤의 물동량을 자랑한다. 현재 도내 친환경학교급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경기유통진흥원)이 이곳에서 농산물을 집하해 학교로 배분한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증가세가 한 달째 지속되고 있는 탓에 교육당국은 학교들의 문을 닫았고, 유통센터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지난 17일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준식, 경기친농연) 정책실장의 안내로 둘러본 유통센터는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적막감만 감돌았다.

본래 지난 16일로 정해졌던 개학은 다시 23일로 한 차례 미뤄져, 학교급식 납품 의존도가 높은 관내 친환경농업계는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출하자 조직인 경기친농연이 긴급조치로 소비자 직판 행사를 건의했고, 경기도가 이를 받아들여 경기유통진흥원을 통해 판로가 시급했던 딸기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딸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경기친농연과 경기유통진흥원은 연이어 저장성이 높지 않은 엽채류를 중심으로 품목 11종이 들어가는 4kg 농산물꾸러미 판매를 추진했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접 SNS 홍보에 도움을 주면서 꾸러미 7,183개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그나마 다행스런 소식이지만,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기친농연에 따르면 이번 달 도내 학교급식 계약재배규모는 60가지 품목에 걸쳐 총 24억1,074만원이다. 물량으로는 총 448톤이니 주문 받은 꾸러미(약 29톤)와 비교하면 6%를 겨우 처리한 셈이다.

인기를 감안해 물량을 더 증설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꾸러미는 11개 품목을 각각 정해진 양에 맞춰 일일이 소포장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데다, 평소 벌크·박스 단위로 물량을 처리하던 근무자들은 아직 소분 작업이 손에 익지 않은 상태다. 김승종 경기유통진흥원 차장은 하루 2,000개씩 발송할 것을 목표로 받은 주문량이었지만 발송 첫날이었던 어제는 500개도 채 발송을 하지 못했다며, 이날은 1,000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디네요, 작업이. 저희 작업 인원은 총 50명 정도 되는데, 전부 한 번에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코로나 때문에. 그랬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전부 쉬어야 하니까. 두 조로 나눠 교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드네요. 다 나올 수 있으면 2,000개가 가능할 것 같아요.”

확진 우려 때문에 소분 작업도 품목별로 최대한 떨어져서 한다. 소분 작업을 하던 한 중년 여성 노동자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시국이 시국인데 방도가 있겠느냐고 이야기하며 저울에 500g의 나물을 얹고 포장을 이어간다. 소포장이 완료된 농산물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늘어선 남성 작업자들에 의해 순서대로 커다란 상자를 채우고, 봉합 작업 이후 이력관리를 담당하는 김 차장이 박스 속 품목의 생산자를 확인하고 택배 송장을 붙이면 포장이 완료된다. 이력이 철저한 친환경농산물의 특성 덕에, 일종의 행사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꾸러미를 받는 소비자는 들어있는 품목 각각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게 2만원(공동구매는 1만8,000원)이면 거저 수준이에요. 요즘 제철 채소 새벽 배송하는 곳들 많잖아요. 같은 양을 사려고 알아보니까 소비자가가 3만4,000원쯤 하는 물건이에요.”

홍안나 정책실장의 설명과 같이 싼 가격은 농가들이 급식 납품단가의 70%만 받는 것을 감수했기에 가능한 가격이다. 꾸러미 소비자가에서 농가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만4,000원 수준. 그나마도 대부분의 농가는 이런 판로조차 얻지 못해 여기저기서 밭을 갈아엎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가 막심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은 이와 같은 임시방편이 전부다. 설상가상으로 개학은 4월 6일로 또 한 차례 연기됐다. 안타깝게도 오는 4월 계약재배 물량은 이달보다도 10%가 더 많아 출하량이 500톤에 육박할 예정이다.

출하농가들은 현재의 학교급식 계약재배 체계가 농가의 생산책임은 강제하지만 학교의 소비의무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이상 무조건 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처럼 출하가 막히는 경우, 누구도 계약을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 체계의 맹점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농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경기친농연은 현실적으로 학교의 책임소비를 완벽하게 강제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이런 사태가 생겼을 때 농가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계약재배 안정화기금 조성을 경기도에 제안하고 있다. 책임소비를 강제하지 않는 대신, 공급단가에 기금마련을 위한 일정비율의 금액을 더해 재원을 조달하자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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