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이주노동자 ‘고용·교육·퇴사의 굴레’ 문제 해결해야

축산 인력 부족해 외국인 고용 증가
외국인의 잦은 이직에 고용주는 교육 반복
부작용 해소 위해 소통·제도개선 필요

  • 입력 2020.03.22 18:00
  • 수정 2020.03.22 21:35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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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농축산업 전반의 문제인 인력 부족과 고령화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축산농가가 늘었다. 그에 따라 목장주와 이주노동자 간 갈등도 빈번하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근무환경에, 목장주는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에 큰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등록외국인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농축산분야 취업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3만1,37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취업비자가 아닌 다른 경로로 들어오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농촌에 정착한 이주노동자까지 합하면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산농가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확대로 해소될 것처럼 보이나, 내부적으론 이주노동자와 목장주의 갈등이 존재하고 농장에 적응해 장기 근로할 인력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타 농축산업도 마찬가지지만 낙농업은 특히 시각을 다투는 업무가 많다. 일례로 젖소는 젖을 규칙적으로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목장주는 필요한 인력을 서둘러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목장주는 우선 내국인 구인 노력을 증명해야 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관련 서류를 송부한 뒤 이주노동자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구하기 쉬운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을 이동할 수 있는데 그 빈도가 잦아 고용주인 목장주들의 불만이 적지않다.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는 최대 3회 이동 가능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제한이 없다.

경기도의 한 낙농가에서 근무하는 네팔인 커겐씨는 1,200: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취업했다. 커겐씨가 지난 18일 젖소에게 사료를 급여한 뒤 “소는 내 친구”라며 젖소를 쓰다듬고 있다.
경기도의 한 낙농가에서 근무하는 네팔인 커겐씨는 1,200: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취업했다. 커겐씨가 지난 18일 젖소에게 사료를 급여한 뒤 “소는 내 친구”라며 젖소를 쓰다듬고 있다.

전남의 한 목장주 김씨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젖소 사양관리 노하우를 가르쳐놨는데 관둬버리고 다시 근로자를 구해 교육해도 관두는 일이 자주 일어나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많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쉽게 관두는데 알다시피 농촌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가가 많아 고용주 입장에선 불만이 꽤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목장에서 1년 6개월째 근무하는 네팔인 커겐씨는 “내 친구들은 사장님이 나쁜 말을 하고, 처음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다른 목장으로 떠났다. 근무시간도 안 지키고 월급도 늦게 주고 목장일 외에 농사일까지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커겐씨의 고용주인 목장주 박씨는 “이주노동자 사회 내에서 얻은 월급·근로환경 정보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볼모삼아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관두겠다고 하는 건 사실이다. 나도 잘해줬음에도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친구들과 달리 커겐씨는 지금 근무하는 목장에서 체류 만기 때까지 지낼 계획이다. 커겐씨는 “여기 오래 있고 싶은 이유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가족처럼 잘 대해주고 약속도 잘 지킨다. 해야 할 일만 시키고 월급날짜·금액을 지키고 맛있는 것도 잘 사줘서 너무 좋다. 코리아 아빠, 엄마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네팔은 소를 숭배하는 문화가 있어 젖소를 관리하는 일이 더 즐겁다”고 만족해했다.

목장주 박씨는 예외상황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고용주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선 약속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이주노동자는 대학까지 나온 고학력자가 많아 영리하고 인터넷 기반의 이주노동자 사회를 통해 정보습득도 빠른 편이다.

그러므로 박씨는 농촌에 꼭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근무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역이용해 일으키는 사건·사고와 이직으로 피해보는 농축산업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체류기간 만료로 귀국한 이주노동자가 모범적으로 일해왔고 기존 고용주가 그를 다시 채용하고 싶어 하면,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다는 조건 하에 국내 재취업이 수월해지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이를 기대하며 한 곳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고용주도 신뢰하고 농장을 맡길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거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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