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농가의 ‘잃어버린 1년’
화훼농가의 ‘잃어버린 1년’
  • 권순창 기자
  • 승인 2020.03.2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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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팔릴까 … 꽃 자르면서도 두려워”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박종원씨가 재배 중인 장미를 살펴보고 있다. 박씨는 감당이 안되는 시설운영비에 최근 결국 농장 일부(1,700평) 운영을 멈추고 모종교체에 들어갔다.
박종원씨가 재배 중인 장미를 살펴보고 있다. 박씨는 감당이 안되는 시설운영비에 최근 결국 농장 일부(1,700평) 운영을 멈추고 모종교체에 들어갔다.

매년 2월 졸업·입학시즌은 화훼농가가 1년 농사의 사활을 거는 대목 중의 대목이다. 일부 가을꽃 재배에 주력하는 농가를 제외하면 1년 매출의 70% 이상을 이 시기에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졸업·입학식 취소는 화훼농가에겐 어떤 풍수해보다도 가혹한 재앙이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3,700평 장미를 재배하는 박종원씨는 현재 월 1,000만원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상품 단당 1만원대가 나와야 할 장미 도매가격이 5,000원까지 떨어졌는데 난방비 등 농장 운영비는 에누리 없이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화이트데이’ 시즌에 잠깐 1만원선을 회복했던 가격은 1주일이 못 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박씨는 “월 3,000만원을 투입해서 2,0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그나마 2,000만원이라도 들어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공판장에서 농가에 아예 출하하지 말라고까지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화훼 품목이 동반 타격을 받았지만 절화류는 특히 상황이 좋지 않다. 생육조절로 출하시기를 늦출 수 있는 분화·난류에 비해 절화는 수확을 늦출 수 없고 유통기한도 보름 정도에 불과하다. 코로나19 같은 단기적 변수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상품성이 좋은 편인 박씨는 소득이 반토막 났다지만, 일반적으로는 농가마다 70~80%의 소득감소를 겪고 있다.

화훼는 피해 양상이 뚜렷한 만큼 그나마 정부 대책이 뒤따르는 편이다. 공공기관 370만송이 꽃 구매와 특수학교 1교실 1꽃병 사업, 각종 판촉활동이 그것이다. 화훼농가들이 간신히 폐업을 면하고 있는 이유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충분하진 않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국가적 재난에 화훼농가만 피해계층은 아닐텐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김 회장의 말대로 대책이 피해에 비해 결코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졸업·입학식뿐 아니라 각종 축제와 행사, 결혼식, 교회·성당·절 등의 종교행사까지 줄줄이 취소시키고 있다. 화훼 수요가 있는 곳은 죄다 틀어막히고 있는 실정이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박종원씨는 “장미 40년을 하면서 올해 같이 공포스러웠던 해가 없다. 꽃을 자르면서도 ‘이 꽃이 팔릴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19가 만약 5월 대목까지 이어진다면 이후엔 여름이라 최악의 경우 10월까지 여파가 간다. 그렇게 되면 살아남을 농가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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