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운동 30년, 이제는 전담부서와 함께

[여성농민정책 특집 대담]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 입력 2020.03.15 18:00
  • 수정 2020.03.15 18:5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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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가락시장에 위치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실에서 마주앉은 오미란 팀장(왼쪽)과 김옥임 회장은 한 시간 동안 여성농민운동의 30년 역사, 여성농민 전담부서의 역할, 21대 총선 여성농민 공약, 앞으로의 여성농민정책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한승호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가락시장에 위치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실에서 마주앉은 오미란 팀장(왼쪽)과 김옥임 회장은 한 시간 동안 여성농민운동의 30년 역사, 여성농민 전담부서의 역할, 21대 총선 여성농민 공약, 앞으로의 여성농민정책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한승호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옥임, 전여농)은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전여농이 이끈 여성농민운동 또한 30년 역사를 쌓은 셈이다. 전여농은 지난달 초 전여농의 활동과 여성농민운동 30년을 기록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30년사 ‘서른 전여농, 세상의 힘, 변화의 중심’을 발간했다.

같은 해, 공교롭게도 전여농을 비롯해 여성농민단체들의 숙원이던 ‘여성농민 전담부서’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돼 30주년에 의미를 더했다. 거기다 외부인선으로 초대 팀장이 된 오미란 전 젠더&공동체 대표는 바로 전여농이 자신들의 30년 역사를 정리할 적임자로 여겨 집필을 맡긴 인물이다. 농촌여성정책을 바로잡을 협치가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가운데, 이를 주도할 오미란 팀장과 김옥임 회장의 대담을 통해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을 들어본다.

김옥임 전여농의 숙원사업이었던 여성농민 전담부서가 지난해 6월말 농식품부에 설치됐다. 전담부서 설치의 의미를 말해본다면.

오미란 사실 기존에도 여성농민과 관련된 정책은 부서마다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전담부서가 지켜보며 사업영역으로 가져오지 않으면 변화 없이 계속 존재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의 여성농업정책이 표류하는 배와 같았다면 이제는 전담부서라는 선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대답이다. 우리들이 그 동안 이런 말을 해도 농식품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갑갑했는데 드디어 말부터 ‘우리말’로 되는 것 같아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팀장을 맡은 지 벌써 6개월이 됐는데, 그동안 농식품부 내의 ‘성평등지수’를 높이는데 노력한 것으로 안다. 분위기는 어떤가?

 들어와서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아직 현장에서는 별로 체감이 안되겠지만 농식품부는 다른 어떤 부처보다 성평등에 대해 수용적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서, 그저 지금까지는 구조적으로 전담할 주체가 없어 추진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제안이나 설득에 무조건 못한다고 하지 않고 어디에 넣고 어떻게 할지 묻는 분위기다. 전담부서가 노력한다면 다른 조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정책) 자문회의를 다닐 때도 분위기부터 달랐다. 팀장님이 직접 여성농민들에게 닿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보여 다른 여성농민단체들의 평가도 ‘시원하다, 얘기가 된다’라는 반응이 있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한승호 기자

 ‘그동안 이 일을 추진할 수 없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관련 인력이 단 두 명이었다. 현재는 팀 내 여섯이 일하고 있고 한 명을 더 요청해둔 상태다. 그동안 자문위원회나 각종 회의에서는 유관기관이 함께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농협·농촌진흥청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성 농관련 기업들까지 함께하는 협치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난해는 전여농 창립 30주년이었다. 여성농민운동 30년에 대한 소회와 여성농민운동 30년의 성과를 듣고 싶다.

 30주년을 담아내는 이름을 짓자며 공모한 결과가 ‘서른 전여농,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다. 서른이면 사람도 20대의 신선함과 창조적인 순간을 겪은 뒤 질적 변화를 하는 시기다. 그동안 많은 정책적 요구를 했지만 과연 여성농민운동을 책임지는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투쟁을 하는 한편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를 대안으로 삼고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자본주의적 농업이 판을 치고, 수입개방이 전면화 되면서 여성농민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바로 소농주체의 생산, 그리고 소비자들이 함께하는 국민농업에 답이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지역의 생산공동체를 구성해서 꾸러미와, 장터와, 자신의 생산물을 책임지는 모습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동체 활동이 이윤추구의 잣대로 구분될 때면 가슴이 아프다. 생계를 위해 자본주의적 시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산과 효율의 가치만 따져 경쟁을 하는 건 옳지 않다. 계속 대안을 제시하고 여성농민답게 실천해나가려 한다.

 농정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중요한 대안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전여농의 사업은 정책에 많은 투여가 될 것 같다. 지난 1월 전여농 30년사가 발간됐고, 영광스럽게 집필자로 참여했다. 사실 물리적·시간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기는 했는데, 그보다도 ‘남 말’이지만 남 말이 아니라 느껴진 역사, 열정, 사랑을 담느라 고생하며 집필을 했었다. 전여농 30년사에 대한 회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30주년 기념사업에 대한 평가회의가 마침 곧 있다. 지역에서 회원들은 그 책을 받아보면서 아마 자기 지역의 기록부터 가장 먼저 펼쳐봤을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 일군 변화, 그 과정이 오롯이 책 안에 행간에 나타나 감동스러워했고, 자랑스러워했다. 30년이 이 노란 책 휘호에 담겼구나 싶었다. 집필자 팬클럽도 생기지 않았나? 아니라면 바로 조직하겠다. 혹시 책에 담지 못한 집필과정의 이야기도 있나.

 아무래도 현장을 돌아다녔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기록을 하려고 지역을 다녔는데 멀쩡한 지역이 없다. 가는 곳마다 사고가 있었다. 불도 났고, 참석이 저조한 지역도 있고,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고, 남편이 암수술을 하거나. 소회를 얘기하라고 했더니 울기도 하고. 구성원끼리 감정문제가 남아있기도 했다. 기억은 참 못 믿을 것이라, 당사자는 안했다하는데 외려 주변 증언으로 건진 기록도 있었고. 기록이 회의 중심으로 되니 중요한 역사들이 잊히기 쉬운데 그런 기록들을 건져낸 것이 재미있었다.

총선 얘기로 넘어가보자. 농민단체에서는 농정공약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여농이 이번 총선에서 요구하는 여성농민 공약요구안은 무엇인가?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한승호 기자

 관점 중심으로 말하자면,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어내는 게 여성농민운동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일 큰 문제는 여성농민이 경영의 주체, 생산의 주체로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장관 간담회에서도 언급했지만 법으로 바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적 지위확보와 그로 인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생산의 주인, 삶의 주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성인지적 관점에서 실현돼야 할 정책을 마련했다.

전여농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단위에 맞는 공약 요구안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요구안 가운데 농촌여성정책팀이 추진하고 있거나 논의 중인 사업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법적 지위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공동경영주를 등록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전담부서가 생긴 뒤로 타부서 사업인 출산수당을 가지고 왔다. 경영체 등록된 여성농민은 석 달간 150만원을 지원한다. 그렇게 혜택이 되는 것들을 자꾸 찾아내야 하는 것이 숙제다. 또 본질적으로는 현재 농민의 구분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여성농업인 지위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포럼이 만들어지면 포괄적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또 복지정책은 작년에도 시도하다 무산됐는데, 여성농민에 대한 특수검진, 즉 근골격계 질환이나 농약 관련 호흡기 계통 치료를 지원하려고 한다. 분석해보니 의료비가 상당히 지출되고 있어 국가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추진 중이다.

올해 예산은 이미 정해져있는데, 가장 주력할 부분은 성평등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요구에 따라 어떤 교육이든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틈새와 사각지대를 발굴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들을 늘려나갈 것이다.

여성농민 전담부서는 이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돼야 한다. 여기에 여성농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자체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를 위한 전여농의 계획은?

 살고 있는 제주도에 전담부서가 편성됐다고 들어 어떻게 요구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했냐고 물었더니 옳은 것이면 해야 한다는 답이 왔다. 중앙에 생기지 않았다면 지자체에만 요구한다고 이것이 가능했을까 싶었다. 이전에는 전담인력이라고 해서 그저 여성을 갖다놓으면 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농식품부에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전담부서와 인력까지 배치하는 문제를 고민해야할 차례가 아닐까 싶다. 아직 부서가 생기지 않은 지역은 여성농민회가 주체가 돼 간담회 제안을 하며 실천에 나설 것이다. 전담부서도 ‘팀’에서 ‘과’로 확대 개편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일단 명칭은 팀인데 체계는 3개의 계를 가지고 있어 과에 가깝다. 과를 신설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고 행정안전부와도 협의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 또 신설 조직이 생기면 3년 동안 운영 평가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있다. 내 임기가 일단 2년인데, 평가 시점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인력도 확보하고 일도 많이 해 2022년 6월에 있을 최종 평가를 준비하겠다. 여성농민들과 함께 노력할 부분이니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문위원(여성농민단체장)들이 정말 다르다, 말이 된다고 한다. 말이 되니 답이 나오지 않을까. 부담도 분명 가지고 있다. 우리들 요구로 신설이 됐는데 좋지 않은 결과로 평가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이다. 여성농민들도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그 필요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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