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코로나가 바꿔 놓은 농촌의 일상

  • 입력 2020.03.15 18:00
  • 기자명 권혁주(충남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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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충남 부여)
권혁주(충남 부여)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서로간의 책임공방으로 국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총선을 준비하는 듯하고 애꿎은 국민들은 마스크 구입 대열에 합류하며 걱정과 두려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단인지 종교사기인지 모르는 새누리교(신천지)만을 탓하기엔 너무 많이 때가 지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코로나는 농촌 일상도 바꿔 놓은 듯하다. 아이 울음소리 끊긴지 오래인 면소재지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진풍경이 벌어진다. 마스크를 사는 이유가 도시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 손주들에게 보내주려 한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 돼버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논밭에서 홀로 마스크를 낀 채 봄날을 준비하는 촌로들의 모습도 이제 익숙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긴급재난 문자에도 무심하게 반응하게 된 것도 일상이 돼버린 모양이다.

우리 집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1주일 하고도 2주일 더 미뤄진 개학은 언제 돌아올지 막막해졌다. 연장된 방학이 마냥 좋아 늦잠과 TV, 휴대폰 세상을 만끽하던 아이들도 학교가고 싶다고 보채고 있으니 코로나는 올바른 학습태도 함양에도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그 와중에 막내 녀석은 한나절 걸려 만든 레고 장난감을 부쉈다 다시 만들기를 무한반복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한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여동생네 가족이 매출급감과 고가의 임대료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소식을 전하는데 도움을 줄 길이 없어 막막할 노릇이다.

졸업과 입학으로 축하받아야 할 시기에 서로의 삶을 축하해주지 못하고 꽃 한 다발 안겨주지 못하니 화훼농가는 어찌 살아갈지 모르겠다.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들은 늦어진 개학 탓에 자식 같은 농산물을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주지 못하고 어찌 처분할지 걱정이란다. 한편 각종 모임이 사라진 탓에 한살림 같은 생협 매출은 연일 최고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황중이라고 하니 그 와중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정부 대책에는 이번에도 역시 농민들 몫은 없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라는 정부의 권고는 이미 농촌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 중이다. 농업, 농촌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 사회적 격리 수준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비참한 생각이 들 정도다.

며칠 전부터 부여군농민회에서 코로나 방역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부여군에서도 코로나의 지역 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민간 자원봉사단 운영계획을 밝혔고 농민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부여군은 확진자가 없는 지역이라 읍·면사무소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적극적인 방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인구밀도 또한 적으니 방역작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방역활동을 통해 농민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농민수당법 제정 등 농업현안에 대한 홍보도 함께 하고 있다.

“주민 여러분! 현재 부여군에서는 농민수당을 시행중입니다. 며칠 전 충남농민수당 또한 도의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조례 제정에 함께 해주신 부여군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는 국회에서 농민수당법을 제정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농민수당법 제정을 공약으로 하는 정당, 농민의 아들이 아닌 진짜 농민이 국회의원 후보로 있는 정당에게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역활동 하면서 이런 말들을 꼭 하고 싶었다. 방송차도 쓰지 못하고 농민수당 현수막 달기 정도만 하고 있지만 지역 농민들에게 간절한 마음이 꼭 전해지리라 믿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지만 코로나 덕분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다. 우리 마음속의 코로나부터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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