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의 소통으로 진짜 공익직불제를

  • 입력 2020.03.15 18:00
  • 수정 2020.03.15 18:1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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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회의실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이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직불금 개편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하 내용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발표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인사말] 직불제 바꿔 농민중심 농정을

공익직불제는 문재인정부가 농민들의 농정전환 요구를 수렴해 제시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공익직불제 관련 법률개정과 시행령 입법예고를 보면 쌀 변동직불제만 없애고 농민에게 생산조정 의무규정을 둬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농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된다.

가격보장과 소득안정 대책 없는 쌀 변동직불제 폐지는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늘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현답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공익직불제 개편이 농민중심 농정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발제]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 없는 직불제 안 된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공익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첫째로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서 직불제가 논의되다 보니 농민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게 문제였다.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던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민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농민들 삶에 직결되는 직불제를 개편하겠다면서 농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였다. 직불제 시행시기마저 못 박혀졌기에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도 어려웠다.

둘째, 예산문제도 남아있다. 2조4,000억원의 예산을 향후 어찌 확대할지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2018년 대통령 직속 농정개혁 TF에서 3년 간 매년 농식품부 예산에서 1조원씩 구조조정해서 총 3조원을 직불제 예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 식의 접근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채 논의가 일방적으로 정리돼, 5년마다 한 번씩 계획을 수립하는 걸로 결정됐다. 따라서 그 5년 동안 농민단체 입장에선 예산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남게 됐다.

셋째,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됐다. 변동직불제 폐지는 2004년 추곡수매제와 비슷한 여파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쌀농사를 짓지 않는 농민들도 쌀값이 일정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타 작물로 전환할 것이고, 그러면 모든 농산물 가격이 연쇄 하락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여유 있게 소통했으면 좋으련만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공익기능 증진을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말뿐이었다. 기본적으로 공익직불제의 핵심내용은 친환경농업 증진 여지를 키우는 건데, 정작 이번 직불제 예산에서 친환경농업 관련 예산은 그대로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공익기능을 증진시킬 것인가. 준수의무사항의 경우도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농민에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농민을 대상화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소농직불금 지급 대상을 0.5ha 이하 농가로 규정함으로써 농민들의 갈등을 유발시킬 여지가 높아졌다. 정부는 직불제 개편 이유로 대농 중심 직불제를 거론하면서 중소농에 대한 소득보전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소농직불금은 ‘농민 대상’도 아니고 ‘농가 대상’으로 1년에 120만원 지급되는 걸로 결정됨으로써, 중소농을 위한 직불제라기엔 미비한 수준을 보여줬다. 소농은 직불금이 몇십만원 늘어난 수준인데 대농은 몇백만 원, 몇천만 원 늘어나게 될 상황이다.

면적직불금의 경우 역진적 단가체계를 적용해 중소농을 배려하겠다고 했지만, 구간별 단가 차이가 너무 적어 오히려 중소농과 대농 간 직불금 수령액 차이가 더 벌어지고 농민 간 불평등과 중소농의 소외감도 더 커지게 생겼다.

논 비진흥지역과 밭 비진흥지역 간 단가 차이도 크다. 특히 밭 비진흥지역은 농사짓기 힘든 지역임에도 단가가 너무 낮다.

재배면적 조정의무 조항의 경우, 농민단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독소조항이다. 이건 정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책무를 농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딛고 향후 어떻게 직불제를 개혁할 것인가 볼 때, 우선 농업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그 안에서 직불제 예산도 늘려야 한다. 농업예산을 국가예산 대비 5%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농민단체들의 입장이다. 직불제 예산은 농업예산 대비 30% 이상으로 지급하고, 점차 50%까지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로 농산물 가격보장 제도가 절실하다. 쌀의 경우 양곡관리법에 자동시장격리제가 포함됐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농산물 가격폭락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정작 변동직불제 폐지로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을 정부에서 포기한 거 아니냐는 농민들의 우려가 높아졌다. 따라서 필히 가격보장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에도 농산물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의 가격안정 대책은 소비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다. 가격이 폭등할 시 정부가 대책을 바로 세웠으나 폭락 시엔 대책이 늦었다. 헌법에선 ‘(국가가) 농업인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 만큼, 앞으론 농민 중심의 가격안정책을 세야 한다.

셋째,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리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마늘·양파농가들이 의무자조금과 관련해 정부와 논의 중이다. 해당 농가들은 생산량과 면적조절을 하겠다는데, 그럼에도 정부가 수입농산물 관련 대책을 안 세운다면 의미가 있을까? 반드시 수입농산물 관리와 맞물려서 국내 농산물 대책이 만들어져야 하고, 근본적으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의 경우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엔 그 동안의 논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부당수령 문제는 농지문제와도 맞물려 있기에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문재인정부가 ‘사람 중심 농정’을 표방함에도, 아직도 ‘면적 중심 직불제’가 남아있는 상황도 개선돼야 한다. 소농직불금이 1년에 120만원씩, 한 달에 10만원씩 극소수 농민에게 주어지는 게 진정 중소농을 위한 직불금으로서 기능할지 의문이다. 구간별로 단가 차이도 30% 이상씩 둬야 하지 않냐는 주장도 제기되며, 재배면적 조정의무도 폐지돼야 한다.

궁극적으론 선택직불제 확대가 중요하다. 여기에 공익직불제의 진짜 내용이 담겨야 된다. 이에 대한 내용 설계와 예산 확대가 과제로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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