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토론] “농민과 협의한다지만 믿을 수가 없다”

  • 입력 2020.03.15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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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공익형 직불제 시행이 다가오고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선 기대보다 불신의 그늘이 더 짙어 보인다.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논의의 틀을 만들어 진정성부터 보여야 하는데 정부는 시행일자만 바라볼 뿐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읽히지 않고 있다.

본지 주관으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회의실에서 열린 직불금 개편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는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무청중’ 토론회로 진행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서로 악수도 나누지 못하고 좌석도 최대한 간격을 넓혀 배치했다. 그러나 자유토론에선 서로 한결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농정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재배면적 조정을 농민단체와 협의하겠다지만 정부와 농민 사이에 불신이 깊다. 법률로 정하면 이를 근거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 우려가 있는 것이다”라며 “공익형 직불제 안에 먹거리 안전을 이유로 출하제한 명령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데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내년도엔 논의의 틀을 만들어 선택형 직불을 조정하겠다는데 논의테이블을 만들어 달라”면서 “토종종자 보전과 지역단위 경축순환 모델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런 면에서 신호를 주고 단기·중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데 없다”고 개탄했다.

직불금 개편이 농가간 소득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학철 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안대로라면 1㏊ 논농사와 10㏊ 논농사간 직불금 수령액 차이가 기존보다 더 커진다”라며 “어떻게 농가간 소득양극화를 해소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은 “변동직불제를 폐지한 건 쌀값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직불제를 설계할 때 변동직불금을 포함해서 면적당 수령액을 계산해 그 격차가 기존보다 줄었다고 설명한다면 논리적으로 모순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면적에 따른 격차를 조정하지 않으면 이후엔 바로잡기가 어려워진다”며 거듭 재검토를 당부했다.

이명헌 인천대학교 교수는 직불제가 가진 의의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직불제로의 농정 전환은 또다른 민주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보조사업은 사업을 집행하는 기구와 이 사업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예산이 지급된다. 그러나 직불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모두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출하조절 준수의무는 농약사용 기준치를 초과할 때 출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수급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정책관은 거듭 “수급조절의 대표적 수단으로 출하 제한이 들어간 게 아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문제고 생산자단체와 논의해 조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택형 직불제에 관해 “새로운 아이템이 보완돼도 예산을 크게 수반하진 않을 것이다”라면서 “큰틀의 중장기적인 방향은 어떻게 바꿀지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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