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그리고 북한의 방역체계

  • 입력 2020.03.15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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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비상이다. 이전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즉각 국경폐쇄를 단행했다. 사스, 메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사태에서 취했던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은 또 외국 대사관의 관계자들까지 30일 동안 격리조치 했다. 이어 의학적 감시대상자로 분류된 주민들을 격리·격폐시켰다고 밝혔다. 평안북도 약 3,000명을 비롯해 평안남도 2,420여명, 강원도 1,500여명, 자강도 2,630여명 등 격리된 주민이 9,000명을 넘는다. 북한의 의학적 감시대상자란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전염경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주민인 듯하다.

북한의 노동신문에서는 연일 코로나19 예방조치와 잘못된 상식 등을 전하고 있으며, 우리의 집단 발병사태와 유럽의 감염상황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또 외신보도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손실이 2조달러에 달한다는 내용까지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발병했던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북한 특유의 방역체계가 이번에는 실효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치료보다 예방과 보건교육에 역점을 두는 방식에 가깝다.

우리가 메르스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사태를 겪으면서 제도를 정비했다면 북한도 사람 질병은 물론 동식물 검역 및 방역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려는 듯하다. 사실상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방역에 실패했던 북한은 이후 이에 대한 간이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등 후속조처에 나서 왔다. 국제학술행사에서 발표된 북한의 자료에 따르면 진단 민감성과 편의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나아가 조류독감을 포함해 치명적인 가축질병에 대한 수의방역을 보다 강화하도록 다그치고 있다.

북한의 주력매체인 노동신문은 연일 코로나19 예방과 당국의 시책을 보도하면서 정례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방역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화천과 연천 지역에서 발견된 멧돼지의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도 함께 전했다. 베트남과 중국의 대규모 살처분 소식도 전했다. 유럽의 방역사례도 소개했다. 북한의 축산업에서 방역이 관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축산분야의 방역체계도 함께 점검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현재 북한의 방역체계는 국경을 차단하는 예방적 조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경제교류를 넓혀 갈 경우 이런 방식은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번 사태를 통해 국경폐쇄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상품의 교역과 생태적 연계고리에서도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를 통해 한국의 방역체계가 세계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방역과 진단, 전문 인력, IT정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체계 등이 함께 이뤄낸 성과로 볼 수 있겠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첨단장비와 시설이 소요됐을 것이다.

남과 북은 향후 질병관리와 수의방역 분야에서 협력이 불가피하다. 교류협력의 지속성이나 인도적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는 북한에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대북지원 실적은 미미하다. 엄중한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 당장 북한에도 눈을 돌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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