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판매정보 전산기록 의무화, ‘난항’

컴퓨터 익숙지 않은 고령 판매인, 전산 입력에 어려움
코로나19에 판매관리인 교육까지 연기돼 혼란 가중
농진청 “현장 애로사항 파악해 지도·관리 강화할 것”

  • 입력 2020.03.1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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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월부터 모든 농약의 판매정보 전산기록이 의무화(50ml 이하 소포장 제외)된 가운데 일부 농약방에서 전산기록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남 진주의 한 농약방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1월부터 모든 농약의 판매정보 전산기록이 의무화(50ml 이하 소포장 제외)된 가운데 일부 농약방에서 전산기록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남 진주의 한 농약방 모습. 한승호 기자

 

「농약관리법」 개정으로 지난 1월 1일부터 50ml 이하 소포장을 제외한 모든 농약의 판매정보 전산기록이 의무화됐다. 이에 판매자가 농약 구매자의 정보를 기록·보존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받게 된다.

지난 11일 기준 전체 농약 판매업체 약 5,660개소 중 87.8%가 농약안전관리시스템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여전히 약 680개 업체가 제도권 안에 들어서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시스템에 가입했더라도 민간재고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농약 판매기록을 관리하던 경우와 농협을 제외하면 대다수 농약 판매인이 고령이고, 영세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전산기록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제도가 시행된 지 세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판매정보를 입력해야 할 구체적인 마감기한 등 세부 지침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한창 농약 판매·구입이 이뤄지는 현장 일선에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 이천의 한 농약 판매인은 “내 나이가 곧 일흔인데, 평생 손으로 쓰던 걸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려니 너무 어려워 할 수가 없다. 또 계절 장사라고 할 만큼 바쁜 농번기엔 농약이며 모종을 판매하느라 끼니 챙겨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돈데 농약 사가는 분 이름에 주소, 전화번호까지 받아 적으려니 아주 혼이 나갈 지경”이라며 “어르신들은 왜 주소까지 알려줘야 하느냐고 역정을 내시기도 한다. 도로명 주소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가게 앞에 잠깐 차 세워놨는데 (주차위반)딱지라도 떼이면 어떡할 거냐고 따져 묻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농약 판매인 역시 “연세가 많은 어르신의 경우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는데 오래 걸려 영업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힘들게 알려준 주소나 전화번호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될까 걱정이다”라며 “농민들이 어느 정도 인식하고는 있지만 제도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 바쁜 와중에 직접 설명하기도 참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에 주무기관인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농진청)은 “최근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이 수월하지 못해 직접 제도를 홍보하고 가입을 독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의 이동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지자체와 농촌진흥기관 등을 통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인 업체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일단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만 미리 받아놓는다면 농약을 판매하기 전이라도 파악해둔 단골 고객 등의 구매자 정보를 미리 입력할 수도 있고 이를 언제든 수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판매정보는 실시간 입력이 원칙이나 마감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제도 시행 초기 현장 의견 등을 면밀하고 충분히 수렴한 뒤 개정을 염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충분한 지도·감독 및 안내를 거쳐 당초 취지대로 제도를 정착시킬 계획이며 현장점검 인원 등을 꾸려 6월쯤엔 단속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농진청은 판매자 간 구매 정보를 연계하고, 당초 목적에 맞게 구매자별 구입이력에 따른 처방·진단 등이 가능하도록 현행 농약안전정보시스템도 단계적으로 고도화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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