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프리지아가 위로가 됐으면…”

코로나19 확산세에 화훼농가 생존 위기 … 소비 감소·가격 하락에 한숨

  • 입력 2020.03.15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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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에 자리 잡은 시설하우스에서 프리지아를 꺾던 박경수씨가 꽃을 피운 프리지아를 기자에게 건네며 활짝 웃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에 자리 잡은 시설하우스에서 프리지아를 꺾던 박경수씨가 꽃을 피운 프리지아를 기자에게 건네며 활짝 웃고 있다.
장광희·박경수씨 부부가 작업대에서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보낼 프리지아를 갈무리하고 있다.
장광희·박경수씨 부부가 작업대에서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보낼 프리지아를 갈무리하고 있다.
장광희씨가 프리지아의 뿌리를 캐내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장광희씨가 프리지아의 뿌리를 캐내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하우스를 찾은 소비자들이 바구니에 담긴 프리지아를 고르고 있다.
하우스를 찾은 소비자들이 바구니에 담긴 프리지아를 고르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프리지아 경매 유찰 소식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프리지아 경매 유찰 소식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프리지아 2상자를 보냈다. 곧 꽃을 피울, 봉오리가 꽉 찬 프리지아였다. 특품이라 내심 좋은 가격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유찰이었다. ‘A0580-01 프리지아 골드리치 특3 1상자 150속 유찰’ 이날 새벽 장광희(73)씨에게 전달된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무심하게도 낙찰가가 아닌 유찰 결과를 몇 마디의 단어로 알려주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후폭풍이 무섭다.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농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졸업과 입학‧개학 시즌만을 바라보며 한 해 농사를 일궈 온 화훼농가의 경우 그 피해가 상당하다. 무심하게도 꽃은 자꾸 피어나건만 소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졸업식, 입학식, 개학식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꽃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화훼의 특성상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꽃을 피우면 상품가치가 없다. 허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피우는 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출하시기를 놓쳐 농가에서 꽃을 피우는 프리지아가 부지기수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했던 지난 9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서 프리지아를 전업으로 키우고 있는 장광희·박경수(69)씨 하우스를 찾았다.

하우스 미닫이문엔 ‘프리지아 꽃 팝니다’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크기 별로 묶어놓은 프리지아가 바구니 곳곳에 담겨 있었다. 가끔씩 하우스에 들려 꽃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다. 박씨는 이날 오전에 꺾은 프리지아를 가지런히 정렬해 10송이씩 묶고 있었다. 10송이(한 속) 5개가 모여 한 단이 됐다.

박씨 작업대 위엔 노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프리지아가 화병에 담겨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1,000평에 달하는 연동하우스엔 꽃을 피우기 전 제각각 봉오리가 진 프리지아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양재동으로 혹은 다른 지역의 꽃도매상으로 나갈 물량들이 아직 하우스 안을 그득하게 채우고 있었다.

지난달 말 프리지아 시세는 50개 묶음, 한 단에 2,000원까지 떨어졌다. 한 송이당 40원, 최악이었다. 생산비를 고려했을 때 150~200원대를 유지해야 했던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소비가 줄자 가격까지 덩달아 추락했다. 장씨는 지난 번 유찰 이후 지금껏 양재동으로 꽃을 보내지 않았다. “허탈했죠. 어떻게 키운 꽃인데….” 씁쓸한 듯 장씨가 말꼬리를 흐렸다.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기를 기다렸건만 한 번 얼어붙은 소비는 좀체 풀릴 줄 몰랐다. 지금 상황에 농가가 할 수 있는 건 꽃을 최대한 늦게 피우는 것뿐이었다. “하우스에 들어오는 햇빛과 온도를 조절하는 것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작업대에 앉아 프리지아를 손질하고 있던 박씨가 씁쓸하게 읊조렸다.

그나마 위로되는 건 최근 들어 시세가 조금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훼농가의 어려움을 접한 소비자들이 하우스에 들러 꽃을 구매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여전히 생산비엔 못 미쳤고 간헐적인 판매였지만 이들 부부에게 힘을 북돋아주기엔 충분했다. 10여일 만에 다시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꽃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늘 그렇듯 프리지아를 꺾어 손질하는 부부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아내인 박씨가 말했다. “프리지아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새로운 출발이에요. 코로나로 많이 힘겹지만 결국 해 뜰 날도 오겠죠. 제가 좀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요(웃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고 모두가 활짝 핀 꽃 보며 위로받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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