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함께 농사지을까요?

  • 입력 2020.03.08 18:00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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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돼지열병, 춥지 않은 겨울, 비 오는 겨울, 미세먼지, 코로나19 등으로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따뜻해진 기후 탓에 농사일은 빨라지고 들녘엔 냉이, 씀바귀, 달래들이 앞다퉈 올라와 맘을 설레게 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돼가는 상태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는 크다.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일이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달 20일 강원도농어업인수당지원조례안이 통과됐다. 타 시·도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조례제정은 전국에서 세 번째다. 조례에 따르면 농어업경영체에 등록된 경영주 또는 공동경영주에게 지급토록 하는데 ‘또는’이 문제다. ‘농민이면 누구나’가 아니라 농가당 지급한다는 것이라 여성농민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농민의 역할이 증대되고 여성농민이 한국농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정작 정책에서 배제되는가 싶어 아쉽고 속상한 터에, 온 국민의 기본소득을 전제로 했을 농민기본소득운동본부가 창립됐다고 하니 위로가 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 공익형직불제가 있다. 농어업인수당지원조례도 그렇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이야기한다.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환경, 농경문화, 경관보전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뒷받침하고 있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누구나가 알고 있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차원에서 제정된 조례엔 수당을 받은 농민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익형직불제에서도 공익적 기능 증대를 위해 농민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들이 있다. 이미 기여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에 대해 보상을 하고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지지 정책으로 풀어 가는데 왜 단서를 붙였을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보전활동을 해야 한다. 토양을 살리는 일도 해야 한다. 농약과 비료 사용도 줄여야 한다. 경관도 유지해야 한다… 수령하는 돈은 한정된 예산에서 나오는데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농민들이 해야 할 일들은 농민이라는 이유로 수당을 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농민들이 몸소 실천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농민이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최소한의 의무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첫째는 음식물이나 부산물, 각종 자재가 재활용돼 마지막으로 농업에 사용되는데 이를 농민이 사용하고 폐기물로 처리할 때 비용이 발생해 소각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무단으로 소각하지 않고 완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분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는 농약, 비료가 농작물과 토양에 남을 뿐만 아니라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 퇴비도 완전 부숙된 퇴비만 흙에 뿌려지도록 한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농약, 비료도 적정하게 사용할 의무와 나머지를 잘 처리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마스크 원단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겠는데 원단수입이 안된다고 한다. 마스크 하나만으로도 전국이 아수라장이 되는데 농산물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돌아볼 때 작금의 사태처럼 우리나라가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는 농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도 책임질 수 없다. 우리에게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더 두려운 현실이다.

국민이 변해야 농업이 산다는 명언이 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방식의 지원정책을 넘어 국민들이 나서서 “농사 함께 짓자”, “논둑, 밭둑이 이어지도록 경관을 유지하자”, “새들이 알을 낳고 물고기도 잡아먹고 놀 수 있는 그런 둠벙과 강과 바다를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주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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