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천안 학교급식, 민·관협치부터 복원해야

천안조공 5년 위탁 동안 타 지역 일반농산물 비중 과대
여전히 지역 친환경농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지자체

  • 입력 2020.03.0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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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해 10월 7일 천안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천안시농민회 등 천안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시에 “학교급식 관련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지난해 10월 7일 천안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천안시농민회 등 천안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시에 “학교급식 관련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충청남도 천안시의 학교급식 체계가 위기 상황이다. 농협 중심 학교급식 농산물 유통체계에 더해, 유명무실한 민·관협치 체계로 지역 내 자생적 생산체계 구축 노력을 기울인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천안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수탁기관은 천안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천안조공)이다. 지난해 10월 8일 열린 ‘2020 천안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선 5년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할 기관으로 천안조공을 재지정했다. 충남 대부분 지역의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기간이 2년인 반면, 천안의 경우 5년을 위탁기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가 천안조공을 센터 위탁기관으로 삼는 과정은 개운치 않았다. 심의위원회 하루 전이던 지난해 10월 7일, 천안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박상진, 천안친농연)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천안시농민회(회장 유관형) 등 농민단체들과 천안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6~2018년 천안산 우수농산물의 학교공급량은 평균 20%였으며 나머지 80%는 유통업자가 사 온 농산물이 공급됐다”며 “(천안조공이)수탁기관으로 지정돼 운영한 동안의 성과를 분석해 시민사회와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심의위를 열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천안조공의 업무에 농협 유통사업과 급식센터 업무가 혼재돼 있음에도 농협법 때문에 학교급식지원센터 단독 회계를 할 수 없다는 점, 연 4회 이상 개최해야 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회가 연 1회만 개최된 점 등이 시민사회의 지적사항이었다. 따라서 천안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공공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센터 단독회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함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최소한 분기마다 개최해 급식 전반의 민·관협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천안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지난해 3~6월 천안 학교급식 공급 현황을 보면, 천안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천안산 친환경농산물 금액이 6억7,538만원인 반면, 충남 이외지역에서 들여온 일반농산물 금액이 12억4,124만원(국내산 10억8,803만원, 수입산 1억5,321만원)으로 2배에 달했다. 특히 충남 이외지역 일반농산물 구입 금액비중은 전체 천안 학교급식 일반농산물 중 약 65.1%를 차지할 정도였다.

충남 이외 지역 일반농산물 비중을 보면, 식자재업체 A가 6억9,530만원(충남 이외 지역 일반농산물의 63.9%)어치를, 유통업체 B가 1억9,527만원(17.95%)어치를, 농업회사법인 C가 1억1,468만원(10.54%)어치를 공급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천안시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제15조는 ‘천안시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깨끗한 친환경 우수농산물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공급물량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충남 다른 시·군, 다른 시·도에서 생산된 식재료 순으로 공급한다’고 규정했다. 또 ‘생산자와 지원센터 간 천안시 친환경 우수농산물의 계약 생산을 위한 계획을 매년 수립해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천안조공의 학교급식지원센터 수탁 과정에서 지역산 친환경농산물 비중이 늘긴 커녕 오히려 타 지역 일반농산물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말, 천안시 학교급식지원센터 가격분과위원회는 천안친농연 측과 제대로 된 의견조율 과정 없이 광역산(충남산, 충남 이외 지역산) 공급단체를 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공급조직 변경 관련사항은 가격분과위원회의 의결사항이 아님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최근 충남도가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유통조직인 충남친환경연합사업단을 충남 급식 광역공급소로 재지정하지 않은 상황과도 관련 있다. 이에 따라 천안시는 기존처럼 충남친농연 산하 천안친농연을 통해 타 지역의 계약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받는 대신, 입찰을 통해 타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천안친농연 측이 가격분과위에 참여한 영양교사들과 농협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지역 생산자조직과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해, 이번 달 들어 겨우 재논의 테이블이 마련됐다. 정철기 천안친농연 사무국장은 “그동안 천안 친환경농민들이 학교급식 농가 조직화와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정작 천안시는 학교급식 관련 민·관협치를 위한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더 생산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민·관협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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