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홀대 민낯 드러내는 4.15 총선

  • 입력 2020.03.0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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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갈아엎지 않아도 되는 농사. 4.15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이 농민 출신 국회의원의 당선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 중 하나다. 집권여당이나 제1야당의 농업 홀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 2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관마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로 다 자란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갈아엎지 않아도 되는 농사. 4.15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이 농민 출신 국회의원의 당선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 중 하나다. 집권여당이나 제1야당의 농업 홀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 2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관마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로 다 자란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가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며 생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재배면적 조정의무 조항을 껴 넣었다. 농민들이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질 줄 알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과됐다. 말 그대로 정부에서 농사를 못 짓게 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된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거나 고민한 국회의원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3일 만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꺼낸 얘기다.

이는 농민들이 농민을 제대로 대변할 국회의원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각 정당의 모습은 여전히 농업·농민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농업공약도 제시하지 못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민중당·정의당·녹색당 등 진보정당이나 미래통합당이 제시한 농업공약도 농민이나 농업계 전문가의 눈높이에선 아쉽다는 평가다. 말잔치가 요란한 가운데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아래에서 한국 농업의 본질적 문제를 풀기 위한 접근보다는 민원사항 등 현상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약이 눈에 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철학적 부재 속에 민중당이 주도한 농민수당을 따라하는 수준의 공약을 낸 주요 정당도 있다고 한다.

같은 날 만난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도 “각 정당에서 농업이 왜 위기에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 진단이 부족하다”며 “누구나 보통명사처럼 얘기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결할지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고, 깊이 있는 고민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무진 정책위원장은 “각 정당에서 다뤄야 할 농업공약은 한국 농업의 핵심 문제인 농산물 가격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이 이뤄져야 농촌 복지도, 농민의 삶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경우 직불금을 통해 소득안정을 추진했지만 농민들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으로 농산물 공정가격 실현’이라는 민중당의 첫 번째 농업공약이 눈길을 끄는 것도 그래서다.

영농철을 앞두고 치러지는 총선에서 선거농사를 야무지게 지어보려는 농민들의 눈길이 매섭다.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선 각 정당에서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농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탁상머리에서 나온 껍데기 공약(空約)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온전한 공약(公約)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농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한국농정>은 4주에 걸쳐 20대 총선특집보도를 진행했다. 890호에선 마지막 순서로 각 정당별 농업공약을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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