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감자 장기폭락 … “내다 팔 수가 없다”

생산량 증가에 코로나19 겹쳐
겨울 다 가도록 가격은 바닥에
창고는 미어터지는데 발만 동동

  • 입력 2020.03.0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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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2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위치한 한 영농조합법인 창고에 150톤에 달하는 감자가 수북이 쌓여있는 가운데 정관교 양채류둔내작목반 회장이 본지 기자에게 판로가 없는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위치한 한 영농조합법인 창고에 150톤에 달하는 감자가 수북이 쌓여있는 가운데 정관교 양채류둔내작목반 회장이 본지 기자에게 판로가 없는 농가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거 팔 수 있을까요?” “야… 안되겠는데. 이건 2,000원(20kg)도 못 받아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의 강찬용씨는 지역 영농법인에 감자 샘플을 가져왔다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출하 적기를 놓친 저장감자는 이미 무르고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강씨는 “작년 7월에 수확해서 값이 좀 오르길 기다리다가 여태 못 팔았다. 아직 창고에 3톤이 남아있다”고 푸념했다.

최근 도매시장 감자 경락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 20kg 상자 기준 최고가는 8만~9만원이 나오지만 최저가는 500원이다. 몇만원대 가격이 나오는 건 모두 햇감자고 저장감자는 최상품조차 2만원을 넘기 어렵다. 햇감자는 가정용, 저장감자는 업소용으로 시장이 구분돼 있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업소용’이라는 대목에서 저장감자 수난의 이유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생산량 증가로 수확기부터 가격부진이 이어지긴 했지만,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소비 감소가 찾아오면서 상황은 더욱 절망스러워졌다. 수확기 2만원선의 가격에 출하를 미뤄온 물량이 1만원대로 떨어진 가격에 고스란히 농가 창고에 남아있다.

횡성군 둔내면의 한 영농조합법인 작업장에서 저장감자 선별·포장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굵기 기준으로 전반적인 품위가 평년에 비해 안좋은 편이다. 한승호 기자
횡성군 둔내면의 한 영농조합법인 작업장에서 저장감자 선별·포장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굵기 기준으로 전반적인 품위가 평년에 비해 안좋은 편이다. 한승호 기자

횡성 둔내면에서 감자 생산·유통업을 하는 전제완씨의 창고엔 감자 150톤이 쌓여있다. 예년 같으면 12월에 자가수확분을 모두 털고 인근 시군과 경북지역 물량까지 소화할 시기지만, 외부 물량은 받을 엄두도 못 내고 자가수확분조차 하루하루 썩어나가는 실정이다.

이 지역의 박스당 감자 생산비는 5,000~6,000원선, 선별·출하비는 4,000원대다. 1만원 미만의 가격을 받는다면 차라리 폐기하는 편이 낫다. 전씨의 최근 출하실적을 보면 최상품인 ‘왕왕’이 1만원대 중반, ‘왕특’이 1만원 안팎, 그 이하는 2,000~5,000원선이다. 평년보다 품위가 나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으며, 아예 출하조차 못 하는 중하품을 감안하면 손해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전씨는 “도무지 감자를 내다 팔 수가 없다. 녹말·전분공장들까지 전화를 돌려봐도 못 받겠다고 한다. 재고가 많기도 하지만 수입을 많이 쓰는 이유도 있다. 이달 중순까지도 시장 가격이 안 나오면 남은 물량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의 재고는 차라리 적은 편이다. 강원도엔 감자 농사를 크게 짓는 대농들도 적지 않다. 같은 지역에서 감자 7만평을 재배하는 추승호씨의 창고엔 500톤 이상의 감자가 들어있다. 추씨는 “농사 규모를 키운 이래 이렇게까지 재고가 쌓인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현장에선 고랭지감자 주산지인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저장감자가 쌓여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월 저장 고랭지감자 출하량이 전년대비 77.8%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곤란해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장감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수매량 3,000톤도 그대로 갖고 있어 추가 비축은 못한다. 지금은 농협과 연계해 판매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농가에 생산관측 자료를 제시하면서 봄감자 생산조절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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