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민주노조 작업배제로 갈등 격화

동화청과-서경항운 합의에 민주노조 노동권 상실
‘민주노조 작업배제’ 서경항운 공고에 시민사회 격분
신성재 전농 부의장, 동화청과 직원에 욕설 수모 당해

  • 입력 2020.03.06 16:13
  • 수정 2020.03.08 18:2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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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을 연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경매장을 행진하며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을 연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경매장을 행진하며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하역노조 민주화를 외치던 조합원들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가락시장 부정비리척결과 하역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조합원을 사실상 작업배제시킨 서경항운노조(위원장 정해덕)를 규탄했다. 기자회견은 한때 시민대책위와 서경항운노조·동화청과(대표이사 홍성호) 간 격한 마찰로 번졌으며 이 과정에서 농민 대표인 신성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이 동화청과 직원으로부터 모욕적 욕설을 듣기도 했다.

가락시장 동화청과·중앙청과에 하역노동을 제공하던 가락항운노조는 뿌리깊은 비리운영에 반발해 민주조합원들이 궐기하자 지도부가 조합을 해산시킨 바 있다. 민주조합원들이 법원에 해산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넣어 놓은 가운데 도매법인들은 하역업무 공백 방지를 위해 각각의 대책을 내놨다. 중앙청과는 용역공고를 통해 하역을 임시로 이어가는 형태며, 동화청과는 이웃노조인 서경항운노조와 조기에 노동수급을 합의했다.

서경항운노조가 아직 동화청과에 노동을 공급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지만 양측은 법률자문 결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하역업무 공백으로 인한 유통대란 방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의 방아쇠를 당긴 건 서경항운노조다. 해산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을 꾸준히 편입시켜온 서경항운노조는 지난달 27일 ‘3월 6일 12시부터 서경항운노조원 외엔 동화청과 하역작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했다. 가락항운노조 민주조합원들은 서경항운노조의 운영구조가 종신에 가까운 위원장 집권, 불투명한 회계운영 등 기존 가락항운노조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즉, 해당 공고는 서경항운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가락항운노조 민주조합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배제였다.

시민대책위는 6일 11시 동화청과 경매장 안에서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락항운노조 민주조합원을 중심으로 송파유니온·진보대학생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참여했다.

김현종 송파유니온 위원장은 “국민 먹거리의 3분의1을 책임지는 가락시장은 알고 보면 지난 30여년 곪을 대로 곪아왔다. 도매법인들은 농민·소비자를 아랑곳 않고 잇속 채우기에 급급하며, 중도매인·관리공사·소수 하역노조 간부들이 함께 짬짜미하고 있다”며 가락항운노조 사태로 드러난 가락시장의 근본적 부정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황병일 가락항운노조사수대책위원장(민주조합원 대표)이 외로운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황병일 가락항운노조사수대책위원장(민주조합원 대표)이 외로운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황병일 가락항운노조사수대책위원장(민주조합원 대표)은 “부조리를 바꾸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조합원들의 약점을 이용해 집행부가 수십년 동안 비리를 일삼았다”며 “조합원들이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조합원들의 결의를 독려했다.

신성재 전농 부의장은 “농민 입장에서 가락시장은 항상 문제투성이였다. 하역노조 문제는 단순히 노조 내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켜켜이 쌓인 가락시장 적폐의 무게에 기인한다”며 “제대로 된 민주적 노조가 있었다면 가락시장이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했다.

민주조합원 세력은 서경항운노조 정해덕 위원장을 직업안정법 위반 및 협박죄로 고소했다고 밝혔으며 수사 과정에서 가락항운노조 해체와 서경항운노조의 노조원 흡수 등 일련의 과정이 이미 2~3개월 전부터 설계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더욱 소리높여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했다.

시민대책위는 가락시장 경매장을 약식 행진한 뒤 동화청과 하역노조 사무실 부근 경매장에서 정리발언을 시도했다. 일부 서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동화청과 직원들은 업무방해를 이유로 이를 저지했고, 시민대책위와 서경항운노조·동화청과 간 격렬한 말다툼과 일부 신체마찰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성재 전농 부의장이 동화청과 직원으로부터 원색적인 욕설을 듣는 수모를 입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항상 출하자를 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도매법인이 농민들의 수장을 모욕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항의하던 신 부의장도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민대책위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발언을 마치고 자리를 해산했다. 가락시장 하역노조 사태는 진정은커녕 점점 깊은 갈등의 골로 치닫는 양상이다. 가락항운노조 민주조합원들은 현재 한껏 지연되고 있는 법원의 노조 해산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열린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에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을 연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동화청과 하역노조 사무실 부근에서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기자회견을 연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과 농민단체, 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동화청과 하역노조 사무실 부근에서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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