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금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자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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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한국인은 짜게 먹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다. 짜게 먹어서 위암발생률이 높다’라는 말들을 우리는 아무 의심없이 팩트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왔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리고 한국인만 짜게 먹을까요? 중국인도 한국 못지않게 평균 소금섭취량이 많습니다. 어쩌다 먹어보는 외국산 치즈 또한 상당히 짜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짜게 먹어야 위암을 일으킬 정도가 될까요? 이에 대답하기 위해선 먼저 그런 주장의 근거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바로 짠 것이 위벽을 자극해서 위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짜야 위염을 일으킬 정도의 자극이 될까요? 적어도 염도 10% 이상의 짜디 짠 젓갈류 같은 음식 등이 직접 위벽에 닿는 시간이 많아질 때에나 비로소 위벽을 상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염도 1~2% 정도인 된장국이나, 밥과 함께 먹는 간이 좀 더 된 반찬류 정도로는 위염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위벽에 훨씬 더 자극적인 물질들로 꼽자면 알코올과 담배, 소염진통제 등이며 위염 발생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신적인 요인인 걱정·불안·공포·분노 등 신경과민이 될 것입니다.

현재 WHO에서 권고하는 적정 소금권장량은 하루 5~6g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1일 평균 섭취량은 10~12g이니 WHO 권고량의 2배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관상동맥질환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 것을 보면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는데도 일단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197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루이스 달 박사가 쥐 실험을 통해 소금이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입니다. 그런데 그 때 쥐에게 투여한 소금량을 사람이 섭취하는 양으로 환산해 보면 하루 40g 정도라는 것과, 실험에 사용한 쥐들이 소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적으로 선택된 쥐들이었다는 것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염식 강조가 과연 어떠한 효과를 얻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1939년 통계자료를 보면 시카고에서는 성인의 고혈압(140/90mmhg이상) 발생률이 11~13%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1975년 두 배로 증가한 뒤 2004년에는 31%에 도달하고 2014년에는 미국의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습니다.

즉 루이스 달 박사의 주장에 힘입어 50년간 지속적으로 전개돼 온 저염식 홍보로 전보다 낮은 소금섭취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환자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소금이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WHO기준을 초과해 먹는 양 5~6g 정도의 소금이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정상혈압을 가진 성인이 하루에 배출할 수 있는 소금은 약 80g 정도이며 여기에 신장이 나트륨회수펌프를 작동시키지 않는다면 분당 1g까지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금으로 인해 설령 일시적으로 혈액량이 늘어나 혈압상승효과-소금 증가로 인한 실제 혈압상승효과는 정상혈압자에겐 거의 없고 고혈압 환자 중 일부에게만 혈압상승효과가 보고돼 있습니다-가 있다할지라도 신장의 배출 능력을 감안하면 이것이 지속적인 혈압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면 오히려 저염식이 심장박동을 증가시켜 고혈압에 더욱 해롭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감소된 혈액량은 뇌와 장기의 기능저하나 근육의 기능을 저하시켜 만성피로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17년 유럽심장질환학회에서는 적정 소금섭취량을 7.5~12.5g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소금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적절히 입맛에 맞는 간을 추구해도 문제없을 것이라 판단되며 오히려 과도한 저염식의 추구가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고혈압과 심장병의 주범으로 몰린 소금의 누명을 벗길 때입니다. 천일염에는 우리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이 포함돼 있습니다. 성인병 발생의 주범은 소금이 아니라 오히려 설탕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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