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국회로 가는 전봉준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박형대(전남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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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대(전남 장흥)
박형대(전남 장흥)

남도에서 황토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전봉준이 국회 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4.15 총선에서 전봉준의 국회 입성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번져가고 있다.

진앙지는 전국농민최총연맹(전농)이다.

전농은 지난 5일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호 전 의장을 민중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결정했다. 개인 김영호에 대한 인생을 결정해 준 것이 아니라, 전농이 김영호를 통해 농민권력, 민중권력 쟁취의 길에 나선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이다.

더구나 김영호 전 의장은 박근혜 폭정시절에 전농 의장을 맡으면서 쌀개방 반대운동,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관련 투쟁을 이끌어왔고, 마침내 트랙터를 동원한 전봉준투쟁단을 조직해 박근혜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로써 김영호는 전농이었고, 김영호는 전봉준의 정신을 이 시대에 구현해 온 것이다.

시대는 가끔 잊혀진 영웅을 부른다.

과거의 영웅이 시대의 감각을 되살림으로써 더 큰 응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주도한 볼리바리안 혁명이 19세기 초 라틴 아메리카 혁명지도자인 시몬 볼리바르를 불러들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촛불혁명으로 몇몇 정치인의 삶은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민중의 삶은 박근혜 때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지배는 노골적이고 치욕스럽지만 이 나라 대통령은 미국 앞에 서기만 하면 한없이 작아지고 있다. 농업은 적폐세력에 의해 식량주권을 포기한 개방농정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농민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세력과 영웅을 기대하고 있다. 정치적 마케팅이 뛰어난 정치인이 아닌, 농민 속에서 농민과 함께 싸워 나갈 그런 사람을 염원하고 있다.

노비문서를 불태워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어버리듯, 지주의 곳간을 털어 모든 민중의 배를 채워 주듯, 불평등을 척결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배짱 있고 강단진 지도자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농민의 염원은 다시 전봉준을 부르고 있다. 외세를 물리치고 만민이 평등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전봉준의 꿈을 이어가고자 한다. 우금치를 넘지 못하고 종로 거리에서 목이 잘려 나간 전봉준의 한을 이제는 풀고자 한다.

그러한 농민의 저 깊은 한과 소망이 전농의 결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봉준트랙터 정당연설회로 모여 들고 있다. 김영호의 호소에 호응해 나서고 있다.

30여년이 넘은 늙은 농민운동가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고, 저 깊은 골짜기에서 세상을 잊고 농사만 짓고 있는 순박한 농민활동가를 나서게 하고 있고, 이당 저당으로 흩어져 마음이 상해있던 동지들을 다시 하나의 대오로 모여들게 하고 있다.

마치 전봉준의 봉기에 이 들판 저 들판, 이 골짝 저 골짝의 농민들이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깃발아래 모여든 것처럼 말이다.

이미 전봉준의 국회 가는 길이 시작됐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황토바람을 일으키며 전봉준이 국회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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