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푸드플랜으로 소농 책임져야

정부-소농 간 직거래 체계 구축한 브라질 사례 참고 필요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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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민 먹거리 기본권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푸드플랜에 시민사회와 대부분의 정당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푸드플랜으로 책임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100개 도시가 참가해 채택한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밀라노협약)’은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와 농업생산 부문의 생물다양성 확보, 민·관협치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한편 국제연합(UN)에서 2018년 통과된 ‘농민권리선언’은 국가의 역할로서 ‘모든 농민, 농촌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충족시켜야 한다. 본 선언문 권리들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입법, 행정 및 기타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특히 농민권리선언은 밀라노협약엔 담기지 않은, ‘농촌 소농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허남혁 전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은 2015년 지역재단 제12회 전국지역리더대회에서 브라질 정부가 2003년부터 시행한 먹거리구매프로그램(PAA)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2015년 9월 이슈보고서에도 실렸다.

PAA는 브라질 정부가 가족소농의 농산물을 국가기구나 지자체를 통해 공적으로 구매하고, 이를 학교급식·공공급식·개별 가정에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PAA는 주로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구매한 농산물을 비축했다가 필요시에 제공하는 기관구매(CDAF)이고, 다른 하나는 구매한 농산물을 현장에서 바로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동시구매공급(CDLAF)이다.

기관구매 방식은 연방정부, 주정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병원·군대·교도소·대학교 식당·보육센터 등)이 경쟁입찰 없이 소농들로부터 먹거리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동시구매공급 방식은 마찬가지로 소농들로부터 먹거리를 구매해 그것을 학교·양로원·기타 비영리기관과 공동체식당, 마을부엌, 먹거리은행 등에 즉시 기부하는 방식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생산자는 농촌 가족농, 양식어민, 토착부족민, 낄롬볼라(과거 탈출한 흑인노예들이 모여 만든 마을)를 비롯한 전통적 공동체 주민들이다. UN 농민권리선언에서 중요하게 강조한 농촌 구성원들이다. 중요한 건 PAA가 농민권리선언보다도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수단 모두 가족소농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중간 입찰과정이 없다. 즉 나라가 직접 소농들로부터 먹거리를 구매한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기농, 더 나아가 농생태학적 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만큼, 생태농업의 확산을 도모하는 성격도 포함한다.

PAA가 시작된 지 9년째였던 2012년의 프로그램 모니터링 데이터에 따르면, 1만9,691개 사회지원기관이 PAA로부터 먹거리를 지원받았다. 또한 2012년 브라질에서 소비된 먹거리의 70%가 가족농이 생산한 것이었다.

한편 PAA와 연동되는 국가 학교급식 프로그램은 학교급식 예산의 최소 30% 이상을 가족농이 생산한 지역농산물 구매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가공식품을 전통음식과 유기농 먹거리로 상당부분 대체했다.

일례로 2013년 처음으로 기관구매 방식을 시행한 브라질 동북부 알라고아스 주 비소자 시의 경우, 시의회가 구매예산 중 일부를 사용해 지역 사회서비스 기관들에 먹거리를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비소자 시의 2013년 먹거리 구매 지출액은 전년 대비 30% 절감됐고, 30가지의 신선한 지역먹거리가 제공됐다. 특히 이 지역을 비롯해 남반구 각지에서 재배된 전통작물인 얌 등의 토종작물이 병원·학교·양로원 등의 공공급식에 포함된 것도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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