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농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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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6년 4월 총선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가운데 치러졌다.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한국농업의 슬픈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당시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4개 단체가 함께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12대 과제, 20대 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총선으로 구성된 20대 국회는 백남기 농민을 잊은 듯 했다. 농민의길이 제안한 정책들 중 일부는 부분적으로나마 실현됐지만 △농민수당 신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밥쌀 수입 중단 △GMO 완전표시제 도입 등 다수의 정책이 외면당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여야가 자리바꿈을 했지만 농업이 외면당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농민의길 소속단체들이 제안하는 2020년 총선 공약들은 4년 전과 비교해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공통적으로 좋은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농정구조를 바꿔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지금의 간접지원 중심 사업방식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라며 “농업에 투입되는 자재, 시설, 기계 등 각종 보조사업을 통폐합해 관련 예산을 직불금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업이란 품목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정의 구조개편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걸로 풀이된다. 정학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쌀부터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쌀부터 공공수급제를 통해 판로가 안정화되면 농민들 사이에 다른농산물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라며 “그러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쌀에 농민이 몰리는 현상은 없을 것이고 정부가 주요농산물 수급예측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민의길은 정책기획단을 구성해 각 소속단체의 요구를 취합한 공동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년은 개방농정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몸서리나게 겪은 시기였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려면 농업계뿐 아니라 범사회적인 인식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개방농정은 그 자체가 농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과 거리가 멀다”라며 “전반적인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정책위원장은 “농업이 무너지는 건 한 산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다”라면서 “농업이 지닌 가치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 노동자, 정당, 소비자 등 여러 사회세력과 상생협약식을 맺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1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업·농촌·농민을 피폐하게 만든 개방농정의 흐름을 바꾸려면 제대로 된 농정공약 그리고 현명한 투표가 필요하다. 사진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투표하고 있는 한 농민의 손. 한승호 기자
21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업·농촌·농민을 피폐하게 만든 개방농정의 흐름을 바꾸려면 제대로 된 농정공약 그리고 현명한 투표가 필요하다. 사진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투표하고 있는 한 농민의 손.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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