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정면돌파전, 농업부문 광범위한 투자로 이어질 듯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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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농업부문을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의 기본 축으로 선언한 북한은 이에 관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여러 영역에 걸쳐 진행되는 듯하다. 경제정책을 농업부문에 집중하는 셈이다.

북의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북한의 지방공업성은 올해 196개의 지방공업공장에 대한 현대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산기초식품공장을 본보기(시범)사업장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지방공업성은 이와 함께 신의주·강계·평성·혜산 등지에 가동 중인 기초식품공장에 대해서도 현대화사업의 단계별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북한의 기초식품공장은 장류(간장·된장)식품과 식용유, 조미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를 현대화하기 위해 표준설계도를 해당 시·군에 이미 내려 보냈다는 설명이다. 평양기초식품공장이나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 등 평양 인근의 공장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식료품공장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부문의 기사를 잇달아 게재하고 있는 북의 노동신문에서는 이밖에도 순천린비료공장의 준공을 앞둔 내용과 수천대의 트랙터에 대한 수리 및 부품 조달, 대규모 농업연구소 신축, 그리고 전국단위의 관개체계정비 등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새땅찾기’를 통해 경작지를 확대할 것을 독려하는 기사도 관심을 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전체 농지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은 또 지역 특성에 따라 경사지를 개간해서 차밭을 조성토록 하는가하면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공예작물과 생약재를 과학적으로 재배할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양액재배의 장점을 크게 강조하거나 멀칭필름을 활용한 생력재배를 권장하기도 한다. 노동신문에는 유기농법과 기계화영농을 강조하는 내용도 지속적으로 실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농업성 중앙수의방역소 명의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자는 기사도 게재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그동안 농업부문에서 황해도 물길공사, 세포축산기지, 강원육묘장과 중평온실, 고산과수원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는 평양의 새단장사업과 삼지연개발, 원산갈마지구개발, 양덕온천지구개발 등과 유사한 대형 국책사업이었다. 반면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독려하는 농업부문의 역점사업은 일선 농사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여러 종류의 기사내용은 북한의 농민들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다. 노동신문의 기사는 일선 협동농장에서 학습 자료로 통상 활용되기 때문이다. 요즘 북의 매체는 성공사례만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패사례도 자주 지적한다. 이럴 경우 실명을 거론하며 혹독한 평가를 덧붙이기도 한다. 일선 농장에서는 영농물자가 다소 넉넉해지겠지만 결과에 따른 책임도 가볍지 않게 된 셈이다.

현대화 및 과학화, 그리고 성과를 강조하는 이와 같은 정책은 필연적으로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반면 당분간 현행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대북 협상팀이 교체되는데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도 정상 간의 접촉에 소극적이다. 이제 북한은 그들만의 힘으로 광범위한 농업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정책이 순조로운 듯하다. 소요되는 물자도 비교적 차질 없이 조달되는 양상이다. 그들 특유의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농업부문의 성장과 질적 개선을 통해 제재국면을 ‘정면돌파’하려는 북한의 농업중시 정책은 당초 목표를 달성할 공산이 높다. 경제개선의 선순환 효과까지 기대해볼만 하다. ‘코로나19’ 사태 혹은 자연재해가 이 정책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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