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회장 ‘인사 태풍’에 전운 감도는 농협

범농협 대표이사급 임원 대대적 물갈이 … “점령군 된 선거캠프·보복성 인사” 논란도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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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31일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대의원조합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31일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대의원조합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키를 잡게 된 이성희 회장이 최근 범농협 대표이사급 임원의 대대적 물갈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전운이 감돌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현재까지 사표를 제출한 농협중앙회와 지주 및 계열사 대표이사급 임원은 10~11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농협중앙회에선 허식 전무이사(부회장)와 소성모 농협 상호금융 대표이사다. 또한 농협 운영을 감시해야 할 이규삼 감사위원장과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 경제·금융지주 및 계열사에선 김원석 농협 경제지주 농업부문 대표이사, 김광수 농협 금융지주 회장, 이대훈 농협은행 대표이사,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이사,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등이다. 이에 더해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도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인사와 관련 농협 내·외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공정한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면서도 통상적으로 신임 회장이 들어서고 자신과 뜻을 같이할 사람을 주요 자리에 포진시켜 왔다고 전했다. 일종의 ‘관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추진하는 이번 인사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이 회장의 인사 청사진이 후보 시절 30여명으로 꾸려진 선거캠프에서 나왔고, 이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알려져 있듯이 이 회장은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이 지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현재의 농협 사업구조로 개편이 결정된 건 최 전 회장 시절 일이다. 당시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이끌었던 이들이 이 회장 캠프에 합류했고, 이들이 선거공신이라는 이유로 다시 농협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사 규정이나 사례가 없음에도 퇴직 부장이나 지점장 출신인 선거캠프 관계자를 농협중앙회 비서실장과 인재개발원장, 홍보실장에 앉히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 관계자는 노조 탄압에 앞장서거나 징계 해직 등 결격사유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한 농협 관련 노조는 지난달 20일 ‘신경분리(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앞잡이가 돌아온다’는 제목의 농협 내부 성명을 통해 “측근과 선거공신이라는 이유로 선거캠프에 휘둘려 부당한 인사를 단행할 경우 취임 초기부터 구설에 휘말리고 대내외적으로 권위가 추락해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라며 “납득할만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 노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것처럼 행동하는 회장, 회장을 당선시키고 그 권력을 이용해 한 자리 생기려는 측근과 공신들, 모두 갈아엎자며 점령군이 된 선거캠프” 등을 지적하며 인사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보복성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이사급 임원 인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농협중앙회 간부와 계열사 지역지사장들까지 반강제적으로 사표를 쓰게 하면서 호남 출신에 대한 표적 인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월권과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며 “피비린내 나는 보복성 인사와 무질서한 농협 경영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사문제가 계속될 시 이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회장이 오는 2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 인사를 마무리 할 예정인 가운데 공정인사로 매듭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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