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코로나19 혐오의 낙인찍기, 이제 그만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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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막내딸은 여행 중이다. 한국인 입국 금지국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이러다 ‘지구촌 미아’ 되는 거 아니겠지? 어머님은 입원 중이시다. 그 병원은 코로나19 거점 병원으로 지정돼 당장 모든 환자들이 퇴원해야 했다. 둘째 시숙님은 식당을 하신다. 하루에 두세 팀의 손님이 전부다. 일하는 분을 그만두게 했어도 월세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 하신다.

동네엔 때 아닌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개학을 연기하고 개원을 못 하는 곳이 생기면서 마땅히 돌봐줄 이가 없는 아이들이 농촌마을로 오게 된 것이다. 마을회관이 폐쇄되고 경로당이 문을 닫는다. 유일하게 방바닥이 따뜻하고 따뜻한 밥을 함께 먹어왔던 공간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한 해 동안 기다려왔던 지역축제가 취소되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나 집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공기를 통하든 물을 통하든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감염병의 공포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극복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걱정되는 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동반한, 혹은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막연한 혐오가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됐다. 중국인 입국금지, 중국인 출입금지, 심지어는 이상한 것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말까지 들먹이며 중국혐오의 여론이 아무렇지도 않게 형성됐다.

그러다 이제는 ‘대구코로나’ 라는 이름으로 특정 지역민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경상도는 그래도 된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는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고까지. 거기에 ‘신천지’가 보태어졌다. ‘신천지는 원래 그런 집단이다’, ‘신천지가 지옥이다’ 그들이 무엇을 믿는가와는 별개로 신천지라는 이름만으로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도대체 언론이라는 것이 여론이라는 것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지혜를 모으고 해결해야 할 일에 다들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과연 이런 방식의 상황전개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31번 환자가 해외여행 이력은 없으면서 대구라는 이름으로 신천지라는 이름으로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 또한 현재로선 지역사회 감염 피해자의 한 사람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회 분위기에 ‘내가 코로나 증상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내놓고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있을 것인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만 해도, 도서관에 마스크만 쓰고 가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눈총만으로는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량비디오를 보고 비행청소년이 된다더니, 코로나19라는 이름보다 더 무서운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의 결과가 무엇으로 나타날 것인가. 꽃피는 봄날에 드는 이 감상이 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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