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지는 남도 겨울대파 산지폐기

359ha 만3천톤으로 역대 최대 … 재배농민 “계약재배 늘려 수급조절 제 기능해야”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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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파 가격이 kg당 700원까지 떨어진 가운데 지난 2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관마리 들녘에서 곽길성(60)씨가 트랙터로 다 자란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파 가격이 kg당 700원까지 떨어진 가운데 지난 20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관마리 들녘에서 곽길성(60)씨가 트랙터로 다 자란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트랙터 뒤에 장착되는 ‘로터베이터’는 한해 농사 시작을 위해 땅을 갈아엎으려 쓰는 농기계다. 본래 흙만을 갈아야할 칼날이 농민의 한 해 농사까지 함께 갈아버리는 비극이 올해도 이어진다. 시작은 대파다. 주산지 진도, 신안 등지에서는 올해로 3년째 대파 상당수가 뽑히지도 못한 채 갈려나가고 있다.

올해 전남도는 채소가격 안정제 사업을 통해 면적 359ha, 양으로는 1만3,000톤에 이르는 미출하 겨울대파를 산지폐기한다. 계약재배 농가가 대상이며 시장격리 비용은 61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미 161ha의 포전정리를 결정한 상황에서 비용을 두 배로 늘려 198ha의 추가 시장격리에 나섰다.

보상금은 1차 기준 평당 6,400원, 2차는 5,000원 수준이다. 보상비용을 줄이면서 면적을 더욱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대파 가격이 kg당 700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 시기 이미 대부분 비어 있어야 할 들녘이지만 아직도 출하를 하지 못한 대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진도 현지 농민들은 기후 변화로 충북 등 북부지역의 하우스에서 이모작으로 재배된 대파 물량이 겨울이 다 가도록 소진되지 않고 있음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농가는 사업을 신청할 수 없어 지금까지의 투입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는다. 이 경우 다음 농사를 또 짓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비 보전조차 받지 못한 채 자비를 들여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4년 동안 진도군 지산면에서 대파농사를 지으며 한 번도 제값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임태욱(72)씨의 밭에는 외국인 노동자 십 여명이 대파를 수확하고 있었는데, 그가 데려온 일꾼이 아니라 중간상인이 고용한 일꾼이다.

임씨는 “올해 작물을 들여야 하는데 수확은 못하는 실정에, 공짜라도 뽑아갈 수 있으면 뽑아가라 사정했더니 온 상인들이 있다”라며 “가져가서 팔았는데 가격이 안남으면 내가 오히려 경비를 자비로 보전해줘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도 임씨의 물량 전부를 가져가지는 못해 절반 정도는 밭에 심긴 채로 스스로 트랙터를 굴려 폐기해야 한다.

또 다른 들녘에선 곽길성 가락시장농산물품목별생산자협의회 회장이 자신의 계약재배 대파밭 5,000평 중 70%인 3,400평을 갈아엎었다. 평당 6,000원 안팎의 보전 비용은 종자·비료·농약·관리비 등 투입 비용(생산비)을 겨우 건지는 수준으로, 계약재배의 경우에도 올해 대파 농사 순수익은 없는 셈이다. 3년 연속으로 파를 갈아엎고 있다는 곽 회장은 “유통구조의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지만, 농정에서는 계약재배 목표를 50%까지 올려 농협이 수급조절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그나마 계약재배율이 15% 정도까지 올라왔고 예년에 비해 빠른 시기에 폐기조치가 이뤄져 2월 중순에라도 마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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