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국회로 … 각 정당 농민 예비후보 누구?

민중당 3명·더민주당 6명·미래통합당 2명·정의당 2명
국가혁명배당금당 34명 최다 … 녹색당은 비례만 2명

  • 입력 2020.02.23 18:00
  • 수정 2020.02.23 21:48
  • 기자명 권순창·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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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한우준 기자]
 

2월 19일 기준 예비후보등록이 확정된 원내정당 농민 후보들. 사진출처: 민중당=한승호 기자,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지역구 후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의당 박웅두 후보=후보 개인 제공
2월 19일 기준 예비후보등록이 확정된 원내정당 농민 후보들. 사진출처: 민중당=한승호 기자,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지역구 후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의당 박웅두 후보=후보 개인 제공

농민세력이 주도적으로 나서 농민후보를 만들어낸 민중당을 비롯해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벌써부터 드물잖게 농민 예비후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찔러보기’ 혹은 ‘구색 갖추기’ 식에 그쳤던 예년의 농민후보들에 비해 기대감을 높이는 굵직한 인사들도 왕왕 눈에 띈다.

19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4.15 총선(국회의원) 지역구 예비후보 중 직업을 ‘농업’으로 기재한 이는 총 42명이다. 예년보다 농민 예비후보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건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영향이다. 정년퇴직 후 귀농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해도 일단 통계상으로는 전국에서 무려 34명의 농민들이 혁명배당금당의 이름을 달고 금배지에 도전하는 셈이다.

다만 혁명배당금당은 ‘IQ 430’, ‘공중부양’ 주장으로 유명한 허경영씨가 당 대표를 맡고 있다. 농민후보 외에도 전체 예비후보의 절반에 가까운 942명을 등록하며 물량공세를 펴는 중이지만 당 대표도, 개별 후보들도 대중적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1석’의 민중당은 규모가 가장 작은 원내정당 중 하나지만 가장 먼저 농민을 ‘전략공천’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중당이 지난 1월 초 결정한 총선방침에서 비례대표 2번 자리에 무조건 농민을 공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을 배타적 지지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비례대표에 도전할 농민을 포함해 3명의 조직후보를 세웠다.

비례대표의 경우 아직 당내 경선인 ‘민중공천제’ 과정이 남아 있지만, 조직후보 결정을 통해 당내 농민 집단의 지지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어 이 자리는 김영호 전 전농 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014년부터 4년 간 전농을 이끄는 도중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전봉준투쟁단’을 조직했다. 당시 국회까지 진군했던 농민 트랙터 행렬을 이끈 지휘관이자, 양재 IC 앞서 경찰과의 충돌이 절정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찍혀 유명해진 ‘피가 흐르는 농민의 사진’ 속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20년이 넘도록 파프리카를 재배하며 그 품질을 인정받은 ‘육인농장’이 그의 일터다.

지역구 후보 2인은 이미 확정됐다. 나주·화순에서는 안주용 전 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이 나선다. ‘농민 직접정치’에 도전한다며 통합진보당 시절 전남 도의원을 지냈고 현재 민중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해당 선거구는 상대 여당의 후보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인데 공교롭게도 예비후보들이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신정훈·손금주 전현직 농해수위 국회의원 등 농업 관련 인물들이다. 거창·함양·산청·합천에서는 전성기 전 함양군농민회장이 후보 등록 예정이다. 함양군농민회에서 활동하며 벼농사 경영안정기금 도 조례 제정운동, 지리산댐 백지화, 농민수당 도 조례제정 운동 등 지역 농민운동을 오랜 시간 주도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농민 예비후보는 표면적으로 3명이다. 먼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의 송성일 후보다. 봉화에서 24년째 농사짓고 있는 송 후보는 봉화군농민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등 전통적으로 보수 일색인 경북지역에서 농민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단수공천(당내 경선 없는 단일후보)이 확정돼 한층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경남 진주을 지역구엔 천외도 진주낙우회장이 도전장을 던졌다. 천 후보는 하이트진로 초대 노조 사무국장 출신으로 선친의 뒤를 이어 20년째 낙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육 규모는 60두다. 울산 울주군에 도전한 송규봉 전 청와대 행정관도 직업란을 ‘농업’으로 기재했는데, 최근 타 후보에게 단수공천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 있는 상태다.

더민주당엔 ‘농업’이 아닌 ‘정당인’ 등으로 직업을 기재했지만 농민보다 더 농민같은 후보들도 있다. 4년 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한우농가’ 김현권 의원이 경북 구미을 지역구에서 청색 반란을 꾀한다. 경기 여주·양평 지역구에 등록한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도 쌀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학교급식운동에서 요직을 거친 ‘진골 농민’이다. 경남 창원의창구의 김순재 후보는 동읍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묵직한 농협개혁 의제를 던지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30년차 단감·배추 농사꾼이다.

미래통합당은 2명의 농민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충남 보령·서천 지역구 이기원 후보는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꾸준히 농사짓고 있는 농민이고, 경북 경주시 지역구 최창근 후보는 5년째 양친의 포도·쌀 농사를 돕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제19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열혈 당원들이다. 그 외 제주 서귀포시에선 임형문 전 한국농업경영인서귀포시연합회 남원읍회장이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했다.

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농민 예비후보 각 1명씩을 등록했다. 충남 천안갑의 장진 후보는 대학 졸업 후 인연이 있던 철원에서 농사와 농민운동을 시작해 2002년부터 고향인 충남에서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비례대표 예비후보인 ‘31년 농사꾼’ 박웅두 후보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과 ‘농민 국회의원’ 강기갑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한 거물 농민운동가로 당선권 배정이 유력하다.

녹색당은 재미있는 농민후보 2명을 비례대표 후보에 등록했다. 최정분 후보는 18년째 1,500평의 소규모 농사를 지으며 농부식당과 찾아가는 로컬푸드장터 등의 활동을 하는 시민운동가다. 천호균 후보는 ㈜쌈지농부 대표로 논밭예술학교에서 어린이 농사를 가르치고 농업의 가치를 표현하는 예술을 창작·전시하고 있다. 녹색당의 두 후보는 다른 농민후보들에 비해 ‘농민’ 명함을 내밀긴 머쓱하지만 농업에 대한 확고한 애정과 자부심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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