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원량 의사와 코로나맵이 주는 교훈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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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밀실행정은 어제오늘 문제가 됐던 사안이 아니다. 주요사안을 논의하는 회의는 거의 비공개로 진행되며 확정된 계획조차 좀체 공개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회의 내용의 비공개를 요구하는 서명을 참석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한 전문가는 “정보를 공개해도 문제가 안 되는데 밀실에서만 하려는 게 안타깝다. 그러다보니 농가가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과장급 공무원은 “비공개 회의의 첫 번째 장점은 한 번 걸러진다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정보가 많아 우려스럽다. 또, 사람마다 생각과 데이터 분석 툴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건 정보 공개가 필요한 이유이지 비공개가 필요한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정보는 공신력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자연스레 걸러지게 마련이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회의장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회의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짙게 배어나는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농업계에서 가장 많은 통계정보와 연구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농업계와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서 현안을 해결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편협함과 아집으로 이를 거부해왔으며 그 결과 지난 농정은 어떤 결과를 낳았나? 농민은 점차 줄어들고 농촌은 아기울음 소리가 끊겼다.

중국은 코로나19를 초기에 막을 기회가 있었지만 리원량 의사의 입을 가로막아 위기를 자초했다. 코로나19를 세상에 처음 알린 리원량 의사는 당국이 허위정보를 퍼뜨린다고 압박하며 되레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까지 요구받아야 했다.

의사 개인이 가진 정보량보다야 중국 당국이 가진 정보량이 훨씬 많았을 터다. 하지만 진실은 정보량에 있지 않다. 또 다른 리원량 의사의 입을 가로막을 수 있는 농식품부의 밀실행정을 시급히 고쳐야 할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코로나19 맵을 만든 학생에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면서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 면에서 새로운 발상이다”고 밝혔다. 이 코로나맵도 만약 정부가 관련 자료를 국민에 공개하지 않고 꽁꽁 숨기기만 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런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받아들여 앞으로는 잠자는 각종 정보자료와 닫힌 회의실 문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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