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성모돈만 답이 아니다

한돈 가격침체 깊어지면서 관심 여전
사양관리 기술력·품질 문제 고려 필요
“네트워크사업과 함께 재래돼지 육성”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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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돈이 깊은 가격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최근년간 유행하는 다산성모돈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다산성모돈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모돈을 고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다양성을 되살려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돈 가격침체가 장기화되며 다산성모돈에 대한 관심도 늘어가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농장일수록 위기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양돈연구회(회장 권동일)가 지난 19일 대전시에서 진행한 양돈기술세미나에서도 다산성모돈에 관한 발표가 주목을 끌었다.

한국양돈연구회는 지난 19일 대전시 KT인재개발원에서 ASF & 불확실성과 기회의 한돈산업 생존 전략을 주제로 제19회 양돈기술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양돈연구회는 지난 19일 대전시 KT인재개발원에서 ASF & 불확실성과 기회의 한돈산업 생존 전략을 주제로 제19회 양돈기술세미나를 열었다.

임상우 하늘애GP 대표는 “2017년에 프랑스에서 종돈을 수입했다. 철저한 방역관리와 올인올아웃 위생관리로 다산성모돈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목표는 PSY(모돈 두당 연간 이유두수) 30두, 생산비 ㎏당 3,200원을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한돈협회가 조사한 2018년도 한돈팜스 전산성적을 보면 전체 평균 MSY는 17.9두에 그쳤다. 19일 현재 2월 한돈 평균도매가격은 ㎏당 3,021원(제주 제외)으로 임 대표의 목표생산비보다도 낮지만 다산성모돈에 왜 관심이 쏠리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세심한 사양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다산성모돈은 되레 단점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GP 이상의 종돈장과 비육돈 농장 간 기술 격차가 크고 기후조건도 사계절이 뚜렷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모돈 중에서 다산성모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 현재 40% 남짓으로 추정되는데 평균 생산성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품질 문제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한 축산유통부문 단체장은 “다산성모돈은 등지방이 얇다. 다산성에 맞는 사료를 급이해 등지방 두께가 2㎜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도 찬반이 뚜렷하다. 다산성모돈보다 새끼는 덜 낳더라도 똘똘하게 잘 키우는 게 낫다고 본다”며 관련연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장은 “전체적인 농장성적을 보면 다산성 모돈을 도입한다고 꼭 생산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돼지개량네트워크사업을 통해 종돈장들이 우수한 혈통을 공유해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돼지를 갖는 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LYD(3원 교잡종) 시장을 주축으로 가져가되 이베리코처럼 다양성을 부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재래돼지를 활용해 만든 흑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라며 정부와 업계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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