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친환경농업 가치 가르쳐야”

[인터뷰]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

  • 입력 2020.02.21 15:28
  • 수정 2020.02.23 21:4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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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주형로 신임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은 우리나라 유기농업 운동 1세대 원로 중 한 명이다. 10대 후반부터 충남 홍성에서 유기농사에 뛰어들어 43년째 친환경농민으로 살고 있다. 주 위원장은 국내에 오리농법, 메기농법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을 보급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파해 온 1등 공신이다. 주 위원장은 “이제 자식들도 열심히 농사짓고 있으니 나는 당분간 ‘가짜농부’가 돼서 이 일(친환경자조금 위원장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지난 17일 세종시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친환경자조금은 ‘지구를 살리는 농업’으로서 친환경농업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지구를 살리는 측면’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본에서 민간벼농사연구소를 만들어 유기농업 확대에 기여한 이나바 미쓰쿠니 선생의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논둑에서 발걸음 한 번 뗄 때마다 약 30마리의 개구리가 뛰어다녔다. 논둑 1m마다 30마리의 개구리가 살았다. 나는 40년 이상 친환경농사를 지었는데도 내 논둑에선 100m당 100마리, 그러니까 1m에 한 마리 뛰는 수준이다.

결국 농사 방식이 사람 중심인지, 생물 중심인지에 따른 차이였다. 사람이 벼가 돼야 벼를 알 수 있는 법이란 걸 깨달았다.

옛날 조상들은 비나 눈이 와서 모인 물이 부엽토의 미생물들과 바위의 미네랄들을 아우른다는 걸 알고, 그 물을 아랫논에서부터 대며 지혜롭게 활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물을 제대로 못 쓰고 버리는 상황이다. 대신 관정을 파 물을 공급한다. 우리가 벼의 입장이 돼 보자. 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물 속에 (미생물, 미네랄 등의)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인증마크 중심의 친환경농업을 추구해왔다. 이젠 진정으로 생태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텃밭 등을 통한 농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친환경자조금 위원장으로서 이와 관련된 계획은?

충남도에서 160개 학교까지 학교논 사업이 확대돼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를 국가사업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각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충남에서 실행했던 학교텃밭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학교논 사업이 쉽진 않다. 일선 학교 교사들 중엔 사업 2년차 때 “작년에 한 거 또 반복하냐”며 안 하려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전 원평초등학교처럼 10년 동안 학교논 사업을 같이 해 온 곳도 있다. 장기간의 프로그램으로 원평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들도 90%가 이 프로그램을 지지한다.

모 방송국에서 원평초등학교에 취재 왔을 때 한 학생에게 학교논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물었다. 이 학생이 울먹이며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고생하시는 외할머니가 생각나요”라 답변하는 걸 듣고 나도 울컥했다.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교육이 아이들의 이러한 마음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조금 거출률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겠다.

‘유기농 명인’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 단순히 친환경농업 가치를 강조하면서 자조금을 내라고만 해선 안 된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친환경농민들을 명장(明匠)으로 인정해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동참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판로 개척에 관한 계획은?

무농약 농산물부터 많이 키워야 한다. 1명이 유기농산물을 더 이용하는 것보다 100명이 무농약 농산물을 이용하는 게 친환경농업 발전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무농약 단계부터 시작한 농민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단계적으로 유기농 단계로 접어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좋겠다.

또한 유통구조를 잘 갖추고자 한다. 홍성에 있을 때부터 계약재배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내년부터라도 농민들이 농협 또는 롯데마트 등과 계약재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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