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제 시행령, 농민의견 뭘 반영했나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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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핵심적 농정개혁 성과라고 내세우는 공익형직불제 개편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 그리고 올해 초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법적 토대를 만들었고, 지난 20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제 사실상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위한 준비 마무리 단계인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을 위해 50여 차례 농업인단체 등을 대상으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농업인·소비자단체·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직불제개편 협의회’와 ‘직불제개편 TF’ 등을 설치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법률개정 전후부터 농민들이 제기했던 문제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일 발표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했던 기조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 50여 차례 농민단체 의견수렴 절차와 수많은 관련 회의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농민들 요구가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잘못 개정된 법률로 인해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특히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재배면적 조정의무 조항은 절차를 구체화함으로 농민의 작목선택권 제한을 제도화 했다. 지금까지 쌀에 한해 생산조정을 유도하던 정부가 이제 모든 작목에 대해 생산조정을 강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이 먹는 농산물 절반 이상을 수입해서 먹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정부가, 수입농산물로 일 년 내내 생산과잉 상태를 만들어 놓고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도 부족해 작목선택권마저 박탈하고 있다. 아울러 논·밭 직불금을 균일하게 한다고 공언했으나 진흥지역과 비진흥지역간 직불금 차등은 물론 비진흥지역은 논·밭간 직불금 격차를 크게 두는 것으로 확정했다.

더 큰 문제는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직불제 개편과 맞물려 농촌에서는 직불금 문제로 지주와 임차농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행의 농지제도와 관리방식으로는 직불금 인상이 경작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하다.

이미 농촌에서는 임차지 회수, 임차료 인상 또는 지주의 부정수령 유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주들이 횡포가 자행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신고포상금 인상과 명예감시단 운영 등의 소소한 방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입법예고 기간이라도 정부는 농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렴해서 공익직불제가 환영받는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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