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 정책자금 연계 상품 판매 ‘꺾기’ 수수방관

감사원 감사서 부정사례 125건 드러나 … “구속성 영업행위 규제 강화해야”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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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가 정책자금 대출에 따른 예·적금, 보험상품 가입 등 구속성 영업행위(일명 ‘꺾기’) 허용범위를 과다하게 운영하고 있음에도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부당사례는 125건으로 액수로는 55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사례는 감사원이 지난 6일 공개한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금감원과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2014년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구속성 영업행위를 전면 규제하기로 했다. 이후 대출인의 의사에 반해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한 실질규제와 대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금융취약계층에 대해 여신거래 전후 1개월 이내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구속성 영업행위로 간주하는 간주규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축산경영자금(만기 1년)과 재해지원자금을 간주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농민들이 정부 등에서 제시한 자격 요건을 충족한데다 1년마다 재대출 형태로 연장되는데 간주규제를 적용할 경우 예·적금 중도해지 등 조합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2016년 정책자금 중 정부 등 외부기관이 대상자 선정에 참여하는 경우 대출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간주규제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정부 등에서 자격요건만 제시하는 정책자금의 경우 수요자는 다수인 반면 대상자는 한정돼 선정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 남용 가능성이 있어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경우 농업종합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자금이 모두 정부·지자체 등 외부기관에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어 사실상 간주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간주규제 예외 적용범위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일한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타은행이나 상호금융권의 경우엔 간주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간주규제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금감원이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농협중앙회만 간주규제 예외 적용을 받도록 그대로 뒀다는 점이다. 타은행이나 다른 상호금융권의 경우 임직원 문책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수반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농협중앙회의 구속성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개선하도록 주의·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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