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의 양봉 관리, 한해 꿀 생산에 영향준다

어려운 양봉산업 … 농가 의견 담은 양봉산업육성법 기대

  • 입력 2020.02.23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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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추운 겨울 벌이 보이지 않지만 벌은 다가올 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벌을 잘 길러놔야 개화기에 건강한 벌들이 많은 꿀을 뜰 수 있다. 하지만 농가의 노력만으로 양질의 꿀을 얻기란 쉽지 않다. 양봉산업은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대표적인 밀원인 아까시나무 군락이 가장 먼저 개화하는 지역이자 가장 오래된 양봉업의 기록을 지닌 달성군의 양봉농가를 찾아 양봉농가의 겨울나기와 현 양봉업의 어려움을 알아봤다.

지난 17일 오후 4시 급격히 떨어진 온도에 김화열씨가 봉군의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덮개를 씌우고 있다. 김씨는 겨울철 벌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온도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급격히 떨어진 온도에 김화열씨가 봉군의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덮개를 씌우고 있다. 김씨는 겨울철 벌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온도라고 강조했다.

겨울과 봄 경계의 양봉산업

양봉관리는 사계절 모두 중요하다. 특히 꿀을 생산할 수 있는 시기는 1년 중 단 2달에 불과하므로 봄철 꿀벌 관리가 한해의 양봉사업 성패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봄철 꿀벌 관리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겨울과 봄 경계인 2월의 양봉 사양관리가 얼마나 잘 이뤄졌는지가 동반돼야 한다.

한국양봉협회(회장 황협주)의 ‘2월 사양관리’에 의하면 의외로 질병에 의한 폐사보다 겨울철에 동사하는 봉군 수가 많다며, 월동 최상의 조건은 군세가 강하고 어린 일벌이 많아야 하고 충분한 먹이와 함께 월동 포장을 적절히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10년간 양봉업을 해 온 김화열씨는 꿀이 생산되는 시기는 아니지만 요즘 벌을 기르느라 바쁘다. 여왕벌을 제외한 일벌들은 태어나 벌집방의 청소·유충의 보육·정찰·꿀 채취·건축 등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지금 길러지는 벌들의 능력 및 역할은 이후 태어날 벌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양봉의 극성수기인 5월 초부터 6월 말까지 꿀을 뜨러 다닐 벌들의 양육을 담당하는 벌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봉농가들은 꿀을 생산하는 시기를 제외하곤 김씨처럼 일벌·여왕벌을 길러 벌통(종봉)을 판매하거나 꿀 이외에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봉독, 밀랍 등 양봉산물을 생산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꿀을 생산·판매해 수익을 얻는 특정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엔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김씨는 전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급격히 떨어진 온도에 김화열씨가 봉군의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덮개를 씌우고 있다. 김씨는 겨울철 벌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온도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김화열씨는 겨울철 양봉 사양관리를 위해 전기 가온이 설치된 봉군을 사용한다. 김씨가 봉군 틈으로 바람쐬러 나온 새끼벌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는 건 꿀 생산량, 느는 건 병충해, 가격만 그대로

줄어드는 건 소비만이 아니다.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밀원이 점점 줄어들고 환경오염 및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면서 꿀 생산량도 많이 줄었다.

여름철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이상기후로 세균성 바이러스가 많이 생겼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늘어난 응애류가 여왕벌이 산란을 하면 같은 곳에 알을 낳는다. 응애가 붙은 알은 부화하더라도 기형벌로 태어나 곧바로 죽고 그 수도 많기 때문에 농가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이를 막고자 양봉농가들은 스트립 또는 스프레이 형태 약제를 사용하고 밀감 껍질을 갈아 벌통에 넣는 등 응애 방제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응애도 내성이 생겨 이마저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또한 최근 벌들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김씨는 “2차 채비를 준비하던 중 다른 양봉농가의 벌들이 단시간에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바로 나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벌통을 열어보니 벌이 2/3가 사라지고 어린 벌들만 남아있었다. 내 경우 1주일 만에 사라진 벌의 2/3가 돌아왔지만 아예 돌아오지 않은 농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단시간 벌들의 실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양봉농가들은 수십년째 꿀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달성군의 김용호씨는 “30년 전에도 꿀 2.4kg 병 하나에 5만원이었다. 벌 사료, 약제, 벌통, 꿀병 등 다른 건 다 올랐는데 꿀 가격만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김화열씨도 “사람들이 꿀을 귀하게 여기고 약으로 생각해 조금씩 아껴먹으니까 빨리 소비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봉농가, 양봉산업육성법 기대 커

시기별 수입 편차, 줄어드는 생산량과 밀원, 기후변화로 짧아지는 벌의 수명 등으로 현재 전반적인 양봉산업의 생산기반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양봉산업의 안정적인 산업 정착과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 할「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봉산업육성법)」이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8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달성군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이영기씨는 “대한민국에 양봉박물관 하나 없고 공공기관에 양봉만을 단일로 연구하는 과도 없어서 양봉업이 다른 축산업에 비해 소외된다고 느꼈는데, 이번 양봉산업육성법이 제정돼 벌들의 공익적 역할이 인정되는 것 같아 기쁘고 기대가 크다”라며 “양봉산업육성법의 세부조항이 차근차근 만들어지는 중이다. 조금 늦더라도 양봉농가의 의견이 반영되고 실질적으로 양봉산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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