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우롱’ 제주도 만감류 출하조절사업

kg당 500원 지원이 110원으로
농민들에 “개념없다” 발언까지
농민들, 사과 및 약속이행 요구

  • 입력 2020.02.1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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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의 만감류 출하조절사업이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초 kg당 500원의 출하조절 장려금을 예고했다가 신청이 몰리자 80%가량을 사실상 삭감 조치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올해 처음 시행한 ‘고품질 만감류 출하조절 장려금 지원사업’은 3월 이후 출하하는 일정품질(당도·산도·크기) 이상의 한라봉·천혜향에 kg당 500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예년보다 이른 설에 채 맛이 들지 않은 만감류가 조기 대량출하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사업비는 총 6억원으로 kg당 500원씩 계산하면 1,200톤을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9일부터 20일간 접수된 총 신청물량은 6,652톤. 노지감귤 폭락과 만감류 가격부진에 고심하던 농민들의 심경이 현실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이변이라기보단 충분히 예측가능했던 결과다.

하지만 제주도는 과다신청을 이유로 돌연 장려금을 신청물량의 22%에만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량을 줄인다지만 신청농가의 소득 측면에서 보면 지원단가가 22% 삭감(kg당 500원→110원)된 것과 같은 효과다. 3kg 박스당 1,500원이라면 농민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되지만, 330원이라면 실익은 거의 없다. 행정이 매력적인 조건을 걸어 농민들을 끌어들이고는 신청이 끝난 뒤 약속을 파기한 꼴이 됐다.

만감류는 현재 3kg 기준 한라봉이 8,000원대 초반, 천혜향이 1만1,000원대로 지난해보다 1,000~2,000원 낮은 가격을 줄곧 이어가고 있다. 예산을 초과하는 참여에도 불구하고 출하조절 장려금 정책은 가격안정에 실패했을뿐더러, 설혹 추가 가격하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보더라도 수급안정을 위해 농민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농민들의 피해가 뻔해지자 ‘중간에 낀’ 일부 지역농협이 뒤늦게 신청 취소를 독려했고 농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실제 물량보다 과도하게 신청하는 등 농가들이 사실 개념이 없을 때도 있다”는 제주도 관계자의 말이 <제주경제신문>에 보도되면서 농민들을 크게 자극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제주도 농정당국이 농민들을 ‘개념없는 집단’으로 규정한 만큼 우리도 제주도 농정당국을 ‘개념없는 집단’으로 명명하고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적의를 표했다. 두 단체는 이번 ‘개념 발언’이 제주도 공무원들의 철학과 시각을 보여준다며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했고, 아울러 예산을 늘려 신청물량 전량에 kg당 500원의 장려금을 약속대로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 측은 “장려금을 신청물량 전량에 지급하면 3월 이후로 출하가 집중돼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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