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도매시장에 정가·수의매매 도입하자

“가격 결정에 당사자 의견 반영해 불확실성 낮춰야”

  • 입력 2020.02.1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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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기준가격을 제대로 형성하려면 한돈농민들이 다시 돼지 도매시장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하는 등의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시 서초구 aT센터에서 한돈가격 안정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재민 농장과 식탁 정책연구소 실장은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가격 변동성, 높은 유통비용, 도매시장의 공적 기능 약화가 꼽혔다. 일본 도매시장의 상대거래 방식처럼 우리도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시 서초구 aT센터에서 한돈가격 안정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시 서초구 aT센터에서 한돈가격 안정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구매자에게 가격과 물량을 제시해 거래가 성립되며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와 1대 1로 협의해 거래 조건을 정하는 매매 방법이다. 김 실장은 “정가·수의매매는 가격 결정에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고 수급상황과 생산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기에 불확실성이 낮아져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진다”라며 “이미 2013년에 도매시장에 도입한 제도로 업계에서 의지가 있다면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돼지 도매시장은 2010년대부터 점차 거래 비중이 줄어들어 최근엔 반입량이 전체 거래물량의 5%에도 미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적은 물량의 이탈이나 추가 반입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출렁거려 기준가격 형성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선우 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주를 제외한 11개 돼지 도매시장의 일평균 출하두수는 276두에 불과하다. 대표성이 부족하고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매시장의 관리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했지만 지자체는 도매시장을 모른다. 그렇다보니 공공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라며 “제도 개선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가들이 경매보다 직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동일한 조건에서 경매보다 직거래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왕영일 한돈협회 감사는 “도매시장은 도축비에 상장수수료를 받는데 부산물가격은 직거래보다 더 낮다. 두당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손실이 나는 게 현실이다”라면서도 “독점시장 조성을 막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소비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소규모 유통의 대표인 도매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왕 감사는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하자는 방안에 긍정적으로 시도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면서 “생산자들이 공판장, 유통업체 등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같이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농축산물의 공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인 인식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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