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도 아까운 20대 국회, 다가오는 총선 대비해야 (1)

4.15 총선과 농업·농촌·농민

  • 입력 2020.02.16 18:00
  • 수정 2020.02.16 20:3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4월 15일. 이날 단 하루의 선택이 향후 4년을 결정짓는다.

다가오는 총선을 정책선거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이 다시금 되풀이되고 있지만 늘 그렇듯 선거는 당파나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농업분야는 늘 정부의 관심 밖에 존재했기 때문에, 농업계에선 총선을 앞두고 그간 되풀이되는 농정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꾀하고 있다.

이에 <한국농정>은 지난 11일 농민단체 사무총장과 정책위원장 및 전문가를 초청해 촛불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뒤바뀐 국회의 농정에 대한 평가와 21대 국회 역할에 대해 논했다.

기록·정리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참석자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비상임연구원

정학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사회)
 

본지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실에서 농민단체 사무총장과 정책위원장 및 전문가와 함께 20대 국회 평가와 21대 국회의 역할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본지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실에서 농민단체 사무총장과 정책위원장 및 전문가와 함께 20대 국회 평가와 21대 국회의 역할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문재인정부 3년간의 농정 어땠나
 

심증식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문재인정부에서 평가할 농정이랄 게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정부 출범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3년간의 농정에 대한 총평, 부탁드린다.


박종서 박근혜정권을 촛불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만큼 기대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굉장히 암울했던 농업계에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진보적인 요구과제들이 많이 도출됐고, 정부가 농정개혁 과정에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거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농업계의 요구 과제들은 순위에서 밀려났고, 마음 한 켠의 우려와 근심이 현실화됐다. 특히 기존 관료들이 농정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선 어떠한 것도 바꾸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소통하려는 태도만큼은 이전과 다르다고 꼽을 수 있다. 또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을 예로 들어 농업계에서 요구해왔던 부분인 만큼 세부적인 것은 차후 해결해야 할 문제라 할지라도 어쨌든 발걸음을 뗐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본다.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유화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유화영 지난 2018년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며 농식품부 장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이 무더기로 사퇴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였고, 무책임을 극명히 드러낸 사례였다.

아울러 지난해 연쇄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과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 모두 이번 정부가 우리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얘기하고는 있지만 그걸 보장하기 위한 인식 수준이 여전히 너무 해이한 것 아닌가 싶다.

그나마 전여농 투쟁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는 여성농민정책 전담 부서가 마련됐다. 응답조차 없던 이전과 비교해 농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무작정 다행스럽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여전히 대통령의 국정 기자회견에선 농업에 대한 언급을 찾아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 더 제대로 잘 할 수 있게 농민이 앞장 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정학철 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 등 첫 단추가 잘 꿰어졌다는 판단에 이번만큼은 그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기대심리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의 쌀 관세율 협의, 특히 내년부터 중국·미국·베트남 등에 새로 쿼터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은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그전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공익직불제와 농민수당을 대하는 태도 역시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한다지만 지급 기준만 살펴봐도 공익적 기능 유지에 대한 농민의 노력은 안중에 없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대책 역시 제목과 내용만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 이전 정부의 대책과 비교하자면 말장난에 불과할 만큼 교묘하다.


이수미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농정은 사람 중심의 농정이다.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던 이전과 달리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고, 농산물 공급자로만 취급받던 농민을 환경 보전의 정당한 주체로 인정하겠단 의미였다.

사람 중심의 농정, 그 중심에는 농민이 있어야 한다. 농민을 위한 농정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5일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과정만 봐도 여전히 농민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농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선택의 순간, 농민에게 먼저 다가가서 소통하고 반대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농민의 믿음이 깨져버렸다고 생각한다.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양정석 농민을 등외국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문재인정부에서 농업은 중심에서 완전히 빗겨간 모양새였다. 무관심이 지나쳤다고 본다. 몇 년 간 폭락했던 쌀값을 정상가격으로 올려놓은 게 큰 정책 성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가격이 보장돼야 농민들도 생활을 유지하고 지역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데 품목에 관계없이 가격 폭락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촛불의 힘으로 등장한 정부가 농업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책 없는 농정이 계속됐고 앞선 사태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 생산자협의회 조직을 예로 들어 정부 보다 현장에서 더 좋은 계획과 대안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 기대를 거는 것 보다 농민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문재인정부 농정엔 낙제점밖에 줄 수 없다.

 

20대 국회, 낙제점도 아깝다
 

심증식 정부 농정과 더불어 국회에서 농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있었냐는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도시 출신인데다 농해수위에선 그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개혁성을 나타냈지만 여당이 된 이후부터는 성의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학철 20대 국회에선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너무 극명했다. 전반적으로 당리당략에 빠져 제 역할 하나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쌀 목표가격 문제도 그렇지만 농업소득보전법과 양곡관리법 개정 과정만 봐도 농업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쌀 변동직불제 폐지를 문재인정부에서 그대로 실현시키며 농민들과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게 참 갑갑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박완주 의원의 입장 변화와 발언들이 농민 입장에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반면 황주홍 의원은 자기가 발의한 법률개정안을 후퇴하면서까지 농민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반영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아쉽지만 높이 쳐주고 싶은 게 그 정도 수준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비상임연구원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비상임연구원

 이수미 국회는 입법·재정·일반국정·외교 등에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국회의 권한은 법률의 제정과 개정이다. 하지만 20대 국회 농해수위가 지금까지 발의한 법률은 1,825건이고 그중 61.4%인 1,120건이 반영됐다.

20대 국회 농해수위의 법률안 접수 및 처리 건수는 19대 국회보다 높다. 하지만 법률 발의 건수만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할 순 없다. 어떠한 입법 활동으로 농민의 삶을 대변하려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농해수위는 농업·농촌·농민에 필요한 입법 활동이 이뤄졌는지, 잘못 만들어진 법으로 농민의 삶을 힘들게 하진 않았는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20대 국회가 보여준 행태는 많은 농민들을 실망시키기 충분했고, 여야가 따로 없다던 농해수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농민보다 정부를 대변한 국회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양정석 20대 국회는 5년마다 정하는 쌀 목표가격 결정을 2년이나 미루며 농민들을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내몰았다. 당연한 임무를 방기하는 국회는 의미가 없다.

또 국회의원을 비롯해 농해수위 위원 중 농촌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를 지역구로 하는 도시 출신 의원들로썬 농업과 농정에 관심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도 평가지만 정부와 국회가 정말 농업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농해수위 만큼은 농촌 출신이거나 일말의 연관이라도 가진 국회의원을 배치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지금보다 나은 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유화영 평가하기에 앞서 20대 국회가 도대체 무얼 했는지 나름 찾아봤다.

농해수위에선 황주홍 의원이 입법 활동에 두각을 드러냈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대표발의 법안이 161건으로 가장 많았고, 본회의에 가결된 법안 건수 역시 43개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농민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후퇴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그나마 지역구가 고흥·보성·장흥·강진 등 농촌인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그 밖에 20대 국회가 농민을 위해 한 일을 되짚어 봤을 때는 손꼽아 세기 어려울 만큼 제대로 된 역할이 없었다. 쌀 목표가격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당리당략의 영향으로 직무를 유기한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농민단체가 국회의원을 형사고발한 바와 같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종서 아무래도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농해수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소속 상임위에 걸맞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이에 국회 본질에 대해서도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에선 농업계 최대 관심사였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사안들에 농촌 현장 의견을 반영시키지 못했다. 관료들이 제시한 법률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친환경 농업과 관련해선 나름 의미와 진정성을 가진 입법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가 가능할 것도 같지만, 그밖에 국회의 기능과 역할을 차치하고 입법 과정에서 우리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쯤 반성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