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남북농업협력, R&D 분야도 시작해야

  • 입력 2020.02.16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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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의 농업부문 연구개발(R&D)이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농업방침의 하나로 과학농사가 강조된 이래 농업부문 R&D에는 예산과 인력이 지속적으로 보강돼 왔다. 이는 과학기술로 제재 국면을 돌파한다는 북의 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듯하다.

북의 매체는 지난 3일 농업생물연구소·식물보호연구소·농업나노기술연구소·농업화학연구소 등 4개의 중앙급 연구소가 새롭게 준공될 것이라 보도했다. 또 최근 북한에서는 지방 단위의 연구소와 실증포장이 크게 확충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시·군별로 시범농장이 대대적으로 조성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추진된 정책으로 풀이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정책은 농업부문에서 주요 방침의 하나로 강하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이는 생산기술뿐만 아니라 수의방역 식품가공 농기계 농업용수 등 여러 분야로 폭 넓게 추진되는 듯하다. 특히 연구결과를 현장으로 적극 보급하는 교육훈련 체계를 동시에 확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농업부문의 R&D 정책은 향후에도 중시될 전망이다.

과학농사의 일환으로 추진한 농업부문 R&D는 다양한 품종 및 축종의 개량으로 이어졌다. 또 영농물자의 수급 및 성능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벼를 비롯해 옥수수·밀·보리·콩·메밀 등에서 생산성과 내병성이 높은 품종이 여러 농장에 다양하게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료의 수급과 품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일은 과학농사의 열기가 농업·농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꼽을 수 있겠다. 새로운 방식에 소극적이었던 농장과 군 단위 협동농장경영위원회가 지금은 신기술을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의 성공사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포상이 뒤따르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변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벼농사에서 밀식재배가 아닌 소식재배가 장려되고 있으며, 건답직파재배와 완효성 비료를 이용한 심층시비 기술, 흑색멀칭비닐을 이용한 피복재배 등과 관련된 성공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사에 있어 ‘경험주의’와 ‘보수주의’를 타파하는 ‘선진 영농방법’으로 소개되는 사례들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낯선 일이다.

현재 북한의 농업방침을 감안할 때 그들은 농업부문 R&D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향후 그들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며, 위상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남북협력 또는 국제협력의 접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불편함이 덜한 영역이기 때문에 농업협력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농업협력의 주요한 기반인 셈이다.

향후 남북 간의 농업부문 R&D 협력은 신품종 개발에서 재배관리, 수확 후 관리, 그리고 유통 및 가공 영역까지 폭넓게 이뤄질 수 있다. 연구 장비와 설비, 진단 및 검증, 그리고 국내외 연수를 포함한 교육훈련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후방 산업의 R&D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 분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 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R&D 협력과 시범사업을 수행할 기관이 잘 준비돼 있다. 올해 남북이 농사협력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농업부문 R&D 협력을 위한 시간은 늦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가능한 영역부터 주도적으로 대북 협력에 나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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