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자재 대신 농민수당을
친환경농자재 대신 농민수당을
  • 강선일 기자
  • 승인 2020.02.1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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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친환경농정 싹 바꿔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민들 사이에선 친환경농자재 직접 지원보다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을 통한 농가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한 친환경농가에 쌓여 있는 유기질사료의 모습. 한승호 기자
친환경농민들 사이에선 친환경농자재 직접 지원보다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을 통한 농가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한 친환경농가에 쌓여 있는 유기질사료의 모습. 한승호 기자

“OO군, ‘친환경농업 1번지’ 명성 이어간다”

“XX시, ‘친환경농업 육성’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공급”

네이버, 다음 등 검색 누리집에 ‘친환경농업’을 검색하면 이런 기사들이 뜬다. 광역·기초지자체들은 열심히 자신들의 친환경농업 정책을 홍보한다. 언론은 그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다. 일견 보면 정말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들이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 열성을 다하는 듯 보인다.

정말로 현장 친환경농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이에 몇몇 농민들 및 관계자들에게 지자체의 친환경농정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자체의 친환경농정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진짜 농민이 원하는 걸 지원하는가?

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이번달 초까지 ‘2020년 환경친화형 농자재 지원사업’ 신청자 모집을 받았다. 지원내역을 보면 장기연질필름 9,000~1만원/1㎡, 생분해성 멀칭제 220원/1㎡, 잡초매트 320원/1㎡였다. 경기도청 친환경농업과에서 주도한 이 사업은 시설하우스용 비닐 및 농업용 멀칭비닐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지원사업의 효용성에 대해 농민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잡초매트는 안 받느니만 못하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평가다. 잡초매트는 처음 1~2년 간 깔아 쓰는 동안엔 잡초 억제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트가 푸석푸석해지고, 잡초들이 매트를 뚫고 올라온다는 게 사용자들의 증언이었다. 게다가 잡초가 매트를 뚫고 자란 상태에선 매트를 거둬내는 것도 힘들고, 장기적으로 썩지 않기에 골칫거리가 된다.

장기연질필름은 하우스 재배농가들에게만 필요하고 노지재배 농가들에겐 상관없는 물품이다. 그나마 생분해성 비닐이 최근 친환경농가에서 많이 쓰이는데, 이 또한 이름처럼 ‘생분해’가 완전히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다.

‘빛 좋은 개살구’ 지자체 친환경 농정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구입 보조금을 농가들에 지원한다. 그러나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지원 중심 친환경농정은 진짜 생태친화형 농업을 추구하는 농민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한 지역 친환경농민단체 관계자는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친환경농사를 처음 지을 때 내가 살던 지자체에서도 유기질비료와 토양개량제 구입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 비용을 갖고 농약방으로 가서 어떤 농사를 짓는지와 이에 관련된 농자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거기서 농자재업자들이 ‘알아서’ 농자재들을 골라준다. 다수의 친환경농민들은 그 농자재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정말 토양을 장기적으로 살릴 수 있는 약재인지 알기 힘든 구조다. (지금의 친환경농업 관련 농자재 지원정책은)사실상 농자재업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구조다.”

정작 오랫동안 친환경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유기질비료나 토양개량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분 투입 위주의 친환경농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축순환농법이나 자연농법 등 궁극적인 의미의 친환경농업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친환경농민들의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도 지역자원 기반 경축순환농법 활성화 방안을 고민 중인데, 지자체의 농자재 지원 중심 정책은 이러한 기조와도 안 맞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특히 지자체에서 유박비료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박을 땅에 많이 투입할 시 땅이 딱딱해지는 사례가 많다”며 “유박은 대다수의 원료를 이스라엘,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한다. 지역자원순환을 친환경농업 방법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수입원료로 만든 유박을 지원하는 건 친환경농업 가치에도 맞지 않다. 현재의 전시행정 위주 친환경농정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민수당 강화, 자가제조 지원 정책을

경기도 가평군의 친환경농민 최정근씨는 지자체 친환경농업 지원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가평군은 친환경농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의 경우도 가평군에서 유박과 왕우렁이, 토양생균제와 각종 친환경농약을 지원 받는다. 지원받는 친환경농약은 물바구미약, ‘어그리’라는 이름의 채소·벼 방제용 약재다.”

그러나 정작 가평군은 농민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에 소홀하다. 최근 최씨가 회장으로 있는 가평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지역 조직들은 농민기본소득 확대운동에 분주하다. 경기도에서도 농민기본소득 도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가평군은 가평친농연등 지역농민단체들의 끊임없는 농민기본소득 도입 주장에도 미온적이다. 농자재 지원은 많이 하지만, 정작 농민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주장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 가평군 예산심의위원회에선 ‘왜 친환경농가만 지원을 많이 하느냐’고 지적해, 군의회에서도 예산 삭감을 고려하는 상황이라 한다.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운동 모두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지자체에선 농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은 눈여겨보지 않는지 모르겠다(최정근씨).”

이무진 위원장은 “농민수당을 농민들에게 지급해 농민들이 각자 필요한 친환경농자재를 구입하게 하는 게 낫다”며 “이와 함께 친환경농자재를 자가제조하는 농가들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가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충남 홍성군의 영농조합법인인 홍성유기농(대표 정상진)은 실제로 일부 조합원들이 자가제조한 ‘자연을닮은사람들(자닮)’ 오일·유황을 농자재로 쓴다. 소농들 또한 이곳에서 적당량의 자닮 농자재를 공급받아 사용하기에, 기존의 고투입 농사를 대체할 수 있다. 조합원 중 농자재를 자가제조하는 농민들이 있는데, 조합원들이 모은 생산협동기금 중 일부를 해당 농민들에게 인건비, 자재비로 지급하는 식이다.

정광식 홍성유기농 생산관리팀장은 “현재 자가제조는 대다수 지방행정단위의 고려대상에서 빠져있다. 많은 지자체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친환경농자재 위주 지원책을 펼친다”며 “점차 친환경농자재 비용도 오르는 상황에서 친환경 소농들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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