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농민들이 공들여 쌓은 학교급식 농협에 퍼주나?
음성군, 농민들이 공들여 쌓은 학교급식 농협에 퍼주나?
  • 강선일 기자
  • 승인 2020.02.1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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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관내 농협을 공급적격업체로 선정
갑작스런 농협 참가로 혼선 생길 가능성 높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2일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사장 김필종, 음성살림)의 정기총회가 음성살림에서 열렸다. 이날 회원들은 음성군이 학교급식에 맹동농협을 참가시킨 문제 등 지역 학교급식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제공
지난 12일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사장 김필종, 음성살림)의 정기총회가 음성살림에서 열렸다. 이날 회원들은 음성군이 학교급식에 맹동농협을 참가시킨 문제 등 지역 학교급식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제공

충북 음성군이 지역농협의 학교급식 참여를 결정해 혼란이 초래됐다. 장기간에 걸쳐 학교급식 참여 친환경농가 조직화 노력을 기울인 지역농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제반사항을 조율해야 할 음성군은 이 의무를 사실상 방치한 상황이다.

현재 음성군은 관내 맹동농협을 공급적격업체로 선정해 다음달부터 학교급식에 참여시키려 한다. 원래 음성군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지역농산물 공급 및 생산자 조직화는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사장 김필종, 음성살림)이 2017년부터 진행해 왔다. 음성살림은 지역 로컬푸드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며 음성군 농민조직들(음성군농민회, 음성군여성농민회 등)이 모여 꾸린 조직이다.

그동안 음성군 시민사회는 음성군 행정과 지속적으로 학교급식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군 직영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었고, 급식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 또 다른 성과는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농산물을 ‘정책품목’으로 다룬다는 합의의 도출이었다. 음성군에서 2017년에 만든 ‘음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및 업무매뉴얼(매뉴얼)’에도 농산물은 로컬푸드 생산단체와 직접 계약하는 ‘정책품목’으로, 가공품·공산품은 ‘경쟁품목’으로 명시돼 있다.

농산물을 정책품목으로 표현한 것은, 기존의 시장경쟁 방식으론 지역농산물을 육성·공급하기 어렵기에 정책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 음성군이 농산물을 정책품목으로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생산자 조직화에 나선 농민들을 지원·육성하고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음성군은 사실상 생산자 조직화 문제를 음성살림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다시피 했다. 오히려 음성군 측은 해당 매뉴얼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이창흔 음성살림 사무국장은 맹동농협이 급식에 참여하면 벌어질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첫째, 지역 여건상 같은 시기에 중복되는 품목이 많은데, 어느 생산자의 물품을 선정할지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생산자 간 갈등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 하다못해 행정단위에서 어떤 식으로 물량을 조절할지에 대한 계획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분명치 않다.

둘째, 매달 품목별 납품조직이 달라지므로 계약재배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셋째, 두 조직에서 같은 품목에 다른 가격을 제시한 상태에서 한 조직의 물품이 선정되면, 다른 조직의 지역농산물은 있어도 납품이 불가능하다.

한편 음성군 측은 맹동농협 참여 결정을 ‘지역 로컬푸드 공급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 밝혔다. 그동안 음성살림이 지역농가 조직화 및 친환경농산물 공급 확대 노력을 기울여 지역농산물 비중을 25%까지 늘렸지만, 더 많은 지역농산물 공급을 위해선 지역농협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음성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음성군 학교급식 초창기에 지역 내 음성농협, 금왕농협은 참여하지 않은 채 오직 음성살림이 지역 급식을 책임져 왔다. 맹동농협의 갑작스런 급식 참여에도 의문이 든다. 한 음성군 시민사회 관계자는 “최근 맹동농협은 음성군 내에 로컬푸드 매장들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분야를 늘리려는 맹동농협과 로컬푸드를 늘리겠다는 음성군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이번 결정이 나온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흥도 전 음성살림 이사장은 “이번 사안은 향후 푸드플랜을 만들어가는 타 지자체에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음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민·관 협치로서 푸드플랜을 만드는 게 현실적 과제로 대두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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